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일본 출장에 여느 때보다 많은 시선이 몰린다.

신 회장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국민들 사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시기에 출장길에 올랐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길어지면 롯데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일본기업 이미지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  
 
신동빈, 한일 갈등 확산에 롯데 '일본기업' 이미지 부각될까 속앓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9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6월26일 열렸던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 이후 열흘 만에 다시 일본 출장길에 올라 일본 경영 현안과 일본 쪽 투자자들을 만나는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사업 현안을 챙기는 정례적 출장이라는 롯데그룹 측의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일본 정·재계 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신 회장이 이번 출장에서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갈등 국면을 풀어갈 실마리를 안고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 섞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과 사업적 연관성이 적어 직접적 영향 아래 있지는 않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일본과 관련된 정치, 경제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부각돼 유무형의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번에도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기업의 지분이 없는 롯데그룹 계열사들까지 거론하며 ‘롯데’ 상품을 불매하겠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있다.  

롯데의 뿌리가 일본에 있다고 보는 국민 정서가 여전한 것이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일본기업과 합작해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들과 롯데지주가 지분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등이 불매운동 목록에 올라있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인 에프알엘코리아는 롯데쇼핑이 지분 49%,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무인양품의 한국 합작법인인 무지코리아 역시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로 나눠 들고 있다.

수입맥주회사인 롯데아사히맥주나 여행사인 롯데제이티비, 롯데미쓰이화학 등도 롯데그룹과 일본기업의 합작회사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 악화로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합작회사들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신 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길이 단순히 정례적 행보로만 비춰지지 않는 이유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일본 관련 이슈가 생길 때마다 반복되는 ‘국적 논란’이 야속할 수도 있다.

롯데그룹은 한국에서 13만 명에 이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에서 법인세 등 세금을 내고 있다.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중국정부의 사드보복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2017년 성주 골프장을 사드(고고도방어미사일체제)부지로 제공하면서 100여 곳이 넘었던 롯데마트를 중국에서 모두 철수하는 등 중국 사업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롯데면세점 사업에서도 아직까지 사드 보복 조치의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지주회사체제 안착 등에 힘쓰면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일본과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일본롯데와 한국롯데는 별개로 운영하고 있다”며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해 한국 지주회사체제 안착에 힘쓰고 있고 일본과 연결고리를 약화시키기 위해 호텔롯데의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