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김기홍, '집토끼' 단속으로 JB금융에 새 색깔 입힌다

▲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JB금융지주>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수도권 진출 및 해외사업 확대 등 ‘산토끼’를 쫓기보다는 지역 연고지와 재무건전성 등 ‘집토끼’ 단속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단순히 가파른 외형성장에 따른 ‘숨 고르기가 아닌 지방금융그룹으로서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무모한 사업확장보다는 면밀하게 수익성을 따져보겠다는 신중함을 경영전략에 담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지방금융그룹으로서 연고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수도권에 투입하는 자원 대비 성과와 JB금융그룹이 기반을 두고 있는 연고지인 광주, 전북 지역에 투입하는 자원 대비 성과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 동안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수도권 진출에 공을 들이는 동안 이들의 연고지의 시장점유율을 2~4%씩 떨어졌다는 점을 의식한 판단으로 보인다.

JB금융그룹은 그동안 한정된 지리적 제약과 경기 변동성이 큰 지역에서 벗어나 대출수요가 안정적이고 규모도 더 큰 수도권에 공을 들여왔는데 정작 안방에서는 대형 시중은행들에게 자리를 내준 셈이다.

이와 함께 해외진출 및 디지털 사업에 있어서도 새로운 국가로 확장을 꾀하기보다는 기존에 진출해있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베트남 등을 중심으로 영업기반을 다지고 사업성을 점검해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재무건전성을 강화해야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도 뛰어들기에는 비용 및 효율성 문제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이런 전략은 산토끼를 쫓다 집토끼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무모하게 덤벼들지 않겠다는 신중함도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이전 내정자 신분일 때보다 적극적으로 ‘내실 다지기’를 마친 뒤의 청사진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상반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시기라 조심스럽지만 올해 실적은 좋게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재무건전성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성 기반을 확보했다고 판단되면 국내외에서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합병 기회를 다각도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공식임기를 시작한 뒤 100일 동안 언론과 접촉을 최소화하며 말 그대로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며 그룹 실태 및 현안 파악을 마친 뒤 JB금융그룹 잠재력에 자신감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회장에 오른 뒤 생각한 것보다 빠르게 조직에 녹아들었다”며 “회장으로 일하다보니 JB금융 계열사 직원들이 우수하고 미래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일할 맛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임 100일 동안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시간’이라고 자평할 정도로 기존 경영방식에서 벗어나는 데 주력했던 만큼 앞으로 ‘김기홍호’의 새로운 JB금융 색깔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다만 JB금융그룹이 그동안 ‘지방은행의 틀’을 깨기 위해 수도권 및 해외 진출에 공을 들여왔던 점이나 최근 시중은행들의 지방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회장의 신중한 경영전략에 실적이 뒷받침돼야 할 필요성도 커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