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정부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기업 경영진을 만나 공급방안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전부터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직접 주도하며 '삼성의 외교관'으로 불리던 이 부회장의 역량이 빛을 봐 삼성전자와 한국 반도체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오늘Who] '삼성의 외교관' 이재용, 일본의 반도체 압박 해법 찾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본 닛케이아시안리뷰는 8일 "이 부회장이 일본으로 건너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위협하는 일본정부의 무역제재를 극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일본 반도체소재기업 경영진을 만나 일본 이외 지역에 있는 생산공장에서 물량을 공급하는 등 무역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일본정부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도입으로 삼성전자가 최대 사업인 반도체 생산에 큰 차질을 겪을 위기에 놓이자 7일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한 만큼 이 부회장이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받고 출장길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반도체는 한국경제 전체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일본의 규제 영향과 삼성전자의 대응에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소재 공급업체들도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소재 공급이 끊기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일본정부의 규제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초반부터 직접 일본 소재기업과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반도체소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이 나선다면 전문경영인 선에서 협상을 진행할 때보다 반도체 소재 공급 물량과 기간, 단가 등을 놓고 더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소재기업들도 이 부회장이 직접 협상에 나선다면 삼성전자와 협력에 더 큰 신뢰를 갖게 돼 반도체소재 공급을 유지할 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찾게 될 공산이 크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본기업이 삼성전자에 반도체소재 공급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일본정부로서도 현재 계획하고 있는 강력한 수출규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팬타임스는 "다수의 일본기업이 한국에 수출규제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한국과 거래하는 여러 업체가 직간접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은 이전부터 글로벌 기업 경영진 또는 정부 관계자와 삼성 계열사의 사업 협력을 직접 논의하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 삼성의 외교관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올해 초부터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정재계 주요 인사가 잇따라 이 부회장을 만나며 국제 정세와 사업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5월에도 일본을 찾아 현지 통신사 경영진과 삼성전자의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 협력을 추진했고 6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독일 통신사 도이체텔레콤 경영진을 만났다.

이 부회장이 일본 반도체소재 공급업체와도 적극적으로 협력 강화를 논의한다면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데 충분히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일본정부가 서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이 부회장과 같이 일본기업과 직접 협력을 추진하는 등의 민간외교 차원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일본정부가 삼성SDI에 공급되는 일본기업의 배터리소재 수출규제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길에서 반도체뿐 아니라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 방안도 마련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