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디스커버리가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지분 전량을 매각했지만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여전히 SK디스커버리를 위해 할 일이 많아 보인다.

안 사장은 SK건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올려 SK디스커버리의 지분 매각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

◆ SK건설 기업가치 변화 SK디스커버리에도 중요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디스커버리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SK건설 지분 28.25% 전량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SK건설의 기업가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안재현, '옛 주인' SK디스커버리 위해 SK건설에서 할 일 아직 많다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매각하며 투자자들과 향후 거래금액을 다시 정산하는 ‘주가수익 스왑(PRS, Price Return Swap)’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 스왑 계약은 매각(매입)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오로지 주식 가격 변화에 따라 주식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거래금액을 다시 정산하는 거래방식이다. 

이번 사례를 예로 들면 기관투자자는 앞으로 SK건설 지분 28.25%를 3041억 원보다 비싸게 팔면 그 차액을 SK디스커버리에 지급해야 한다. 반대로 3041억 원보다 싸게 팔면 SK디스커버리가 그 차액을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28.25%를 기관투자자들에게 3041억 원에 팔았다.

결국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 지분을 팔아 얼마를 손에 쥐느냐는 SK건설 지분을 산 기관투자자가 지분을 다시 팔 때 최종 결정된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손에 쥐는 돈이 많아지고 기업가치가 낮아지면 그 반대인 만큼 앞으로 SK건설의 기업가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현재 현금보유 상황을 놓고 볼 때 SK디스커버리가 SK건설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매각금액 일부를 기관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일이 생긴다면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1137억 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1주당 3만500원에 SK건설 지분 전량을 매각했는데 SK건설 주식은 3일 장외시장에서 2만6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만약 기관투자자가 현재 가격수준에서 SK건설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면 SK디스커버리는 1분기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의 36%인 400억 원가량을 도로 돌려줘야 한다.

안재현, SK건설 기업가치 확대 어깨 무거워

SK디스커버리는 기관투자자들과 3년 기간으로 주가수익 스왑 계약을 맺었다. SK건설은 3년 안에 기업가치를 극대화해야 하는 셈인데 현재 SK건설을 이끄는 안 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안재현, '옛 주인' SK디스커버리 위해 SK건설에서 할 일 아직 많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안 사장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SKD&D 대표이사, SK디스커버리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SK가스 경영지원부문장 등을 지내 '최창원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조기행 전 SK건설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로 SK건설을 이끌었는데 조 전 부회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물러나면서 올해 초 SK건설 단독대표에 올랐다.

SK건설은 4월 임영문 경영지원담당 사장이 대표에 오르면서 다시 각자대표체제로 돌아갔지만 안 사장은 여전히 SK건설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SK건설은 안 사장체제가 출범한 뒤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 기본설계 프로젝트, 영국 런던 템스강 터널 프로젝트 등 국내 건설사의 진출이 뜸했던 유럽에서도 굵직한 수주를 따내며 해외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안 사장은 해외사업 전문가로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주택분양을 한 건도 하지 않을 정도로 해외사업에 집중했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상반기 국내 주택분양을 하지 않은 곳은 SK건설이 유일하다.

안 사장 임기는 2020년 3월까지지만 연임될 가능성도 높다. 안 사장은 2017년 SK건설 글로벌비즈(Biz) 대표에 오르며 임기가 2020년으로 정해졌지만 SK건설을 대표하는 CEO가 된 지는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다만 라오스 댐 붕괴사고가 안 사장의 기업가치 확대 노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SK건설은 2018년 라오스 댐 사고원인이 시공사 측에 있다는 취지의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NIC)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라오스 댐 사고는 SK건설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외부요인으로 꼽힌다.

김해시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SK건설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했다고 알렸는데 사업 포기 이유로 라오스 댐 붕괴사고 등 악재를 꼽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SK건설이 3년 기간으로 주가수익 스왑 계약을 맺은 만큼 3년 안에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사장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기업공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라오스 댐 사고를 불안요인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김해 대동첨단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사업방식 변경에 따라 위험성이 높다졌다고 판단해 철수한 것으로 라오스 댐 사고와 관련이 없다”며 “상장과 관련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