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폴더블(접는) 올레드(POLED) 경쟁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이번 제재 품목에 포함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 양산에 사용하는 소재로 수출규제가 지속되면 ‘갤럭시폴드’ 출시에도 영향을 주게 돼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를 시장에 내놓을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Who] 한상범, 일본 규제로 LG디스플레이 접는 올레드 기회 잡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3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활용하지 않아 규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 양산하고 있는 올레드 디스플레이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양산단계에 돌입하지 않은 시제품에도 제재에 포함된 소재는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 올레드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롤러블 올레드, 투명 올레드 등 여러 혁신 디스플레이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나 모바일기기용 올레드사업에서는 유난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를 공개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 기술력이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LG디스플레이는 5월 초 레노버와 협력해 올레드 기술력을 활용한 ‘폴더블 노트북’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2020년부터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돼 폴더블 올레드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로 폴더블 올레드사업에서 갤럭시폴드 결함문제에 이어 또 다른 변수를 만나며 LG디스플레이가 폴더블시장의 선두그룹에 진입할 수도 있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갤럭시폴드는 하드웨어 문제로 출시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데 삼성전자가 갤럭시폴드 출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올해 안에 제품 출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바라본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올레드패널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CPI 필름의 원재료인 플로오린 폴리이미드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항목에 포함되면서 패널 양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CPI 필름 대신 UTG(휘어지고 접히는 얇은 유리) 부품 등을 적용할 수도 있지만 소재를 교체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상당부분 소요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올레드패널을 채용한 레노버의 폴더블 태블릿이 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폴더블 제품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디스플레이 폴더블 올레드가 탑재된 레노버의 폴더블 태블릿은 제품 완성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지위를 확보할 공산도 크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인버스(Inverse)는 폴더블 노트북 시제품을 직접 체험해 본 제품 리뷰 사이트 톰스가이드(Tom's Guide)의 마크 스푸나우어(Mark Spoonauer) 편집장의 말을 인용해 “레노버 폴더블 노트북은 갤럭시폴드와 달리 스크린을 사용할 때 전혀 불편함이 없다”며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화면 중앙에 눈에 띄는 주름이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2020년에 15개 이상의 폴더블 제품이 출시되며 폴더블 올레드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돼 한 부회장이 폴더블 올레드 공급사를 늘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시장 조사업체 DSCC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0년까지 15개 이상의 폴더블 모바일기기가 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