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올레드TV의 가격을 낮추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레드(OLED)패널을 싼값에 공급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데 삼성전자와 중국 TCL, 하이센스 등 경쟁사가 가격 인하 전략으로 프리미엄 TV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시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늘Who] 권봉석, LG전자 고급TV시장 사수 위해 올레드 출혈 감수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


27일 글로벌 IT전문매체 디지털 트렌즈(Digital Trends) 등 외신에 따르면 LG전자는 유통사와 협의해 55인치 기준 4K 올레드 TV 판매 가격을 1천 달러 수준으로 낮췄다.

소비자들은 55인치 올레드TV 가격을 50% 이상 할인받아 시리즈 별로 999~1399달러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다.

55인치 TV는 프리미엄 TV 제품군 가운데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크기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55인치 4K 올레드TV는 2천 달러를 웃돌았다. 

LG전자가 이처럼 '출혈 수준'으로 올레드TV 가격을 낮춘 것은 삼성전자와 중국 TCL, 하이센스 등 경쟁사들의 가격 인하 마케팅으로 올해 들어 올레드TV 출하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은 올해 올레드TV 매출규모를 TV 전체 매출의 25%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2분기까지 출하량은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B금융투자에서는 올해 2분기 출하량이 1분기보다 줄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형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공격적 QLED TV 마케팅과 맞물려 중국도 가격 인하 전략을 펼치고 있어 LG전자가 TV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출하량 위축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QLED TV의 가격 하락으로 올해 올레드TV 수요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권 사장은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LG디스플레이가 광저우 8.5세대 올레드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올레드패널 공급규모가 늘어나면서 하반기부터 올레드TV 가격을 크게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는 2월 말 열린 ‘2019년 올레드TV 신제품 발표행사’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올레드TV 공급규모가 급속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올레드TV의 성장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가격 할인으로 프리미엄 TV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어 LG전자는 올레드패널 수급이 개선되기를 기다리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권 사장이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올레드TV 가격을 최대한 낮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55인치 기준 삼성전자 QLED TV는 프리미엄 라인인 Q 시리즈 제품이 915달러가량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65인치 QLED TV와 55인치 올레드TV 가격이 비슷한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LG전자가 올레드TV 수요 진작을 위해 가격 인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올해 QLED TV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 하이센스와 TCL은 더욱 공격적 가격 인하 전략을 쓰고 있다.

TCL은 55인치 퀀텀닷 LCD TV를 삼성전자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인 500~600달러로 내놓고 있고 하이센스는 최근 55인치 4K 올레드TV를 860달러 수준으로 출시했다.

점유율 추격속도도 빠르다. 2019년 1분기 기준 중국 TV 제조회사 7곳의 시장 점유율은 34%로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한 32%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2018년 하반기부터 55인치 올레드TV를 중심으로 판매량 증가세가 더뎌지기 시작했다”며 “이는 고가정책이 시장에 먹히지 않았다는 증거로 앞으로 올레드TV의 판매량과 수익성을 우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