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 총수'로서 삼성 금융계열사까지 경영보폭을 넓힐까?

삼성 금융계열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데다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어 이 부회장이 더욱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 총수'로 삼성 금융계열사까지 경영보폭 넓힐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최근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직접 방문하면서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 삼성 금융계열사들로도 발걸음을 옮길지 시선이 몰린다. 

이 부회장은 6월 들어서만 모두 6차례에 걸쳐 경영일정을 공개해 이례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물론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찾아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삼성 금융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각각 중심으로 한 전자, 중공업(조선, 건설)과 함께 삼성그룹의 삼각축을 담당한다. 이 부회장의 다음 행보가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에 각각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전자, 중공업, 금융부문 계열사들의 사업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금융계열사는 이 부회장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만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중요한 위상을 지닌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을 비롯한 삼성 금융계열사에 공개적 행보를 하기에는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던 시도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을 위한 특혜”라며 관련 법 개정을 반대해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삼성생명이 당면해있는 과제다.

금융그룹의 위험노출액이 특정 분야에 편중돼 금융그룹의 지급여력이나 재무상태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정부가 삼성생명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8.5%를 보유해 1분기 말 기준 지분가치가 장부가액으로 22조6908억 원에 육박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점도 이 부회장으로서는 공개적으로 경영에 힘을 싣기 어려운 대목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현재 금융감독원과 즉시연금을 두고 소송을 벌이고 있고 삼성화재 역시 자동차보험료 인상 문제와 관련해 금감원과 갈등을 빚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총수로서 주요 계열사 위주로 경영보폭을 계속 확대한다면 삼성 금융계열사를 향한 경영의지를 어떤 식으로든 보일 가능성이 떠오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사업적으로도 각 업권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금융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카드만 해도 코스트코와 독점권을 현대카드에 내주는 수모를 겪었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삼성카드가 잠재 매물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또 삼성생명이 서초사옥에서 을지로사옥으로 위치를 옮기기로 한 만큼 내부 분위기를 다독이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해야할 필요성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를 전반적으로 챙기겠다고 한 것에는 삼성 금융계열사에 관한 고민도 담겨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론이나 논란을 의식해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