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우즈베키스탄에 이어 벨기에에 새로 진출하며 해외 플랜트사업의 재도약을 노린다.

중앙아시아는 자원이 풍부한 기회의 땅, 서유럽은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플랜트 선진시장으로 평가되는 만큼 안 사장의 신시장 진출은 SK건설 플랜트사업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재현, 해외 플랜트 신시장 개척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건설이 석유화학플랜트 기본설계 사업을 수주한 벨기에를 비롯한 서유럽은 설계 관련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플랜트 강국으로 그동안 미국, 일본 등과 함께 '국내 플랜트업체의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안재현, '원천기술 본고장' 유럽에서 SK건설 플랜트 재도약 초석 놓아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


SK건설이 글로벌 화학기업인 ‘이네오스(INEOS)’의 벨기에 석유화학(PDH)플랜트 기본설계(FEED) 수주를 따내며 그동안 선입견을 깬 셈인데 SK건설의 서유럽 진출은 그만큼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플랜트 수주시장은 과거 실적을 중요시하는데 서유럽 업체들은 국내 업체보다 월등히 많은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SK건설이 그런 업체들을 제치고 서유럽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국내 건설업계 전체적으로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SK건설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SK어드밴스드와 함께 울산 석유화학플랜트를 지으며 확보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네오스의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 기본설계사업을 따냈다.

SK건설은 기본설계 뒤 발주될 본 사업인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미 선정돼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의 시공도 맡을 가능성이 높다.

SK건설이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 본사업마저 수주해 사업 전체를 진행한다면 이네오스와 신뢰를 바탕으로 서유럽시장을 지속해서 확대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네오스는 페놀, 아세톤, 아크릴로니트릴 등 3개 품목에서 세계 1위, 전체 석유화학제품 시장에서 세계 5위의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SK건설 수주 확대에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다.

안 사장은 17일 영국 런던에서 이네오스와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으며 “이번 계약을 시작으로 글로벌 일류 화학기업인 이네오스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이번 계약이 서유럽 플랜트시장을 확대하는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2018년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SK건설 단독 대표이사에 올랐는데 2019년 4월 6억 달러 규모의 정유플랜트 현대화 사업을 따내며 우즈베키스탄에 새로 진출했다.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는 자원이 풍부하고 개발의욕이 높아 중동, 동남아시아에 이은 국내 건설사의 새로운 텃밭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SK건설에서 오랫동안 글로벌부문을 담당해 온 해외사업 전문가로 취임 이후 플랜트사업뿐 아니라 영국 런던 템스강 터널공사, 아랍에미리트 철도공사 등 해외에서 굵직한 수주들을 잇따라 따냈다.

◆ 해외플랜트 매출 회복과 지배구조 변화에도 시선

SK건설은 매년 해외 플랜트 매출이 줄어들고 있어 안 사장은 수주 확대가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안재현, '원천기술 본고장' 유럽에서 SK건설 플랜트 재도약 초석 놓아

안재현 SK건설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17일 영국 런던에서 벨기에 석유화학플랜트 기본설계 계약을 맺은 뒤 거드 프랑켄 이네오스올레핀·폴리머노스 회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SK건설은 매년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플랜트를 통해 올리는 플랜트 중심 건설사였는데 해외 플랜트사업 매출이 해마다 줄면서 전체 외형 감소를 이끌고 있다.

SK건설은 2015년 8조7천억 원으로 매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6조4천억 원으로 3년 사이 매출이 2조3천억 원 줄었는데 해외 플랜트사업 매출이 같은 기간 3조에서 8천억 원으로 2조2천억 원 줄었다.

2018년 전체 매출에서 해외 플랜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그쳤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2012년 49%와 비교해보면 지분이 4분의 1로 줄었다. SK건설은 2012년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매출 3조7천억 원을 올렸다.

안 사장이 SK건설의 예전 외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플랜트사업의 매출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셈이다.

안 사장의 시장 다각화 전략은 동남아시아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SK건설은 지난해 대규모 인명피해를 낳은 라오스 댐 붕괴사고 원인이 사실상 시공사 측에 있다는 라오스 국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를 놓고 현재 라오스 정부 측에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국내 건설사의 주요 수주 지역으로 라오스 댐 사고의 원인이 SK건설에 있다는 쪽으로 최종 결론이 나면 수주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SK어드밴스드와 시너지가 SK건설의 지배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일이다.

SK건설은 울산에 이어 벨기에에서도 석유화학플랜트사업에서 SK어드밴스드와 손을 맞춘 만큼 앞으로도 추가 해외사업을 함께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SK건설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가운데 한곳을 모회사로 선택해야 하는데 SK어드밴스드와 지속해서 협력을 강화한다면 SK디스커버리 쪽에 힘이 실릴 수 있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필렌 전문 생산·판매를 위해 2014년 설립된 업체로 SK가스가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가스는 SK디스커버리의 대표 계열사로 최창원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철진 SK어드밴스드 대표 역시 SK가스 BM최적화담당 임원을 겸하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SK어드밴스드는 기본설계 단계부터 상업가동 기간까지 사업 전 단계에 걸쳐 축적한 플랜트 운영 노하우를 별도의 계약을 통해 이네오스에 전수할 계획”이라며 “SK건설과 SK어드밴스드는 앞으로도 발주처에 최적화한 통합서비스를 제안하는 사업모델을 지속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