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 건너뛰면 산업은행에 부담

▲ 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정문 앞에서 현대중공업 현장실사단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과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를 건너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하자는 없지만 산업은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세부 계약내용이 바뀔 수 있는 탓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핵심시설인 거제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실시하지 않고 인수절차를 진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장실사를 하지 않아도 절차상에 문제가 없는 데다 최근 주총에서 노사가 격렬한 몸싸움까지 벌인 상황에서 또다시 물리적 충돌을 일으켜봤자 남은 절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으로 구성된 현장실사단은 14일까지 현장실사를 마치려 했으나 노조에 막혀 현장실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실사를 하지 않으면 양쪽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과거 대형 인수합병 사례를 봤을 때 마지막 단계인 현장실사는 매물의 가격을 최종 조율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보통 인수합병 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정밀실사를 거쳐 가격협상을 벌인 뒤 본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기존과 달리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실사를 하기도 전인 3월 이미 본계약을 맺었다.

양쪽이 본계약을 맺기 전에 검토를 거쳤겠지만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나 자산가치 변화 등이 드러나게 되면 계약조건 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입장에서 계약을 검토할 때 산업은행이 제시한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현장실사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이번 거래는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56%)을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약 7%와 우선주 911만8231주를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어서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조5천억 원가량의 유동성을 지원한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조선해양도 1조2500억 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실사결과에 따라 유상증자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그동안 ‘주인 없는 회사’로 20년을 지낸 만큼 추가 부실이 발견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실사에 어려움을 겪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처음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도 노조의 반대로 한 달이 지나서야 실사가 이뤄졌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실사결과를 토대로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1조 원 이상 깎아줄 것을 채권단에 요구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비슷한 과거가 있다. 2008년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서울 사무소와 옥포조선소를 대상으로 현장실사를 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결국 하지 못했다.

한화그룹은 실사 없이 본계약을 체결한 뒤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 인수조건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인수 자체가 무산됐다.

이번에 현장실사를 건너뛰면 최악의 경우 지난해 초 불거진 대우건설 매각 무산과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초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하고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뒤늦게 호반건설이 인수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매각에 실패했다. 당시 호반건설은 예비실사 때 발견하지 못했던 해외사업 부실을 뒤늦게 발견해 인수의사를 접었다.

산업은행은 당시 "대우건설이 상장사인 만큼 실적 발표 전에는 손실내용을 알 수 없고 수주산업이다보니 복잡한 회계방식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있다"고 해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