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당시 실무자의 금전수수가 있었다는 혐의에 회사도 무척 당혹스럽다.”

한화투자증권은 10일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실무자의 금전수수 혐의와 관련해 태도를 밝히면서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다.
 
한화투자증권,'직원 뇌물비리'에 '당혹'보다는 내부통제 점검 더 필요

▲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직원의 비위를 전혀 몰랐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당혹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인데 회사 차원의 반성이나 사과는 빠져있다.  

오히려 당혹스러운 것은 한화투자증권의 내부통제시스템을 신뢰하고 있던 투자자들일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직원들의 위법행위, 사적 이익 추구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준법감시인, 감사위원회 등 내부통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을 통해 임직원 자기매매 점검, 투자권유대행인 내부통제 프로세스 점검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조사로 직원의 금품수수 혐의가 알려지면서 한화투자증권 내부통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을 주도한 이베스트투자증권 직원이 가족 계좌를 통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 쪽에서 3억~5억 원가량의 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베스트주투자증권 직원은 받은 돈을 한화투자증권 담당 직원과 나눈 것으로 나타났다.   

법적 책임 소재를 떠나 한화투자증권 직원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뒷돈을 챙겼는데 한화투자증권은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해 이런 행위를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번 사건을 ‘개인 금전수수’로 부르고 있다. 물론 직원 개인이 뒷돈을 받았다는 점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직원 개인의 일탈 문제로 몰아가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직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때 개인의 사적이익 추구 동기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거나 허점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놓고 구멍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한화투자증권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재산상 이익 수령 관련 내부통제 강화 필요, 자체감사 때 감독자 조치 실효성 확보 필요 등을 이유로 경영유의 5건, 개선 2건의 조치 받았다.

2018년 5월에는 한화투자증권 전·현직 직원 7명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견책 상당의 징계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2012년 2월부터 2015년 6월까지 3년4개월 동안 본인 또는 타인명의 계좌를 이용해 불법으로 주식을 매매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한화투자증권은 3년 동안 위반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부터 증권사들에 내부통제시스템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증권사의 종합검사 중점 점검사항에도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사고 예방 및 준법경영을 위한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을 포함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이번 사건을 직원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말고 회사 차원에서도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내부통제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내부통제제도가 직원 사이에 공유되고 있는 건 아닌지를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불미스러운 사고는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