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식품의약품산업처로 전락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이 최근 '인보사 사태'를 두고 주무관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책임문제를 거론하며 던진 쓴소리다. 
 
인보사 사태로 드는 의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정 사무처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는 바이오의약품의 규제 완화 등 산업계의 이해관계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에 품목허가를 내주면서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마중물사업의 성과”라고 치켜세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첨단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인보사 개발을)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을 투약할 국민의 안전보다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더 치중했던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본래 책무를 잊었던 행동의 결과물은 결국 '제2의 황우석 사태'라고 할만한 '인보사 사태'를 불러오고 말았다.

인보사의 허가를 내준지 불과 2년 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고의로 허위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받았다며 단호하게 형사고발까지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허가를 내줬던 스스로에게는 잘못을 묻지 않고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당시 담당직원은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를 믿고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들에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29일 대국민사과문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사과문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2017년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있었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위원 교체와 허가 심의 번복도 인보사 사태의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해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

2017년 4월에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는 "인보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이 정도 효능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위험성이 크지 않나 생각된다"는 말과 함께 "증상 완화만을 위해 유전자 치료제의 위험성을 가져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인보사 품목허가 불허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원회의 구성원을 늘려 2달 뒤에 열린 회의에서 인보사 품목을 허가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시민단체 주변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의 허가를 추진하기 위해 로비를 받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움직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 3월22일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인보사의 주요 성분이 바뀐 사실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통보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통보를 받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인보사의 유통과 판매를 금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그렇게 늑장대처하는 동안 27명의 환자가 인보사를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인보사 사태로 해외에서 한국의 바이오 신약에 신뢰도가 떨어져 해외 바이오의약품 기관이 더 엄격한 검증과 평가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한 식품과 의약품’, ‘건강한 국민’을 기관의 중요한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마땅히 신약을 투약 받을 환자의 안전부터 챙겨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