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해외사업에서 문재인 정부 지원사격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23일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2019년 해외수주 목표치 7조7천억 원과 5조4천억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해외수주에서 정부 지원사격 효과 봐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특히 현대건설은 22일 올해 첫 해외수주로 3조 원 규모의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공사’를 단독으로 따내며 수주목표치에 성큼 다가섰는데 문재인 정부의 해외사업 강화기조가 큰 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부와 정부 사이의 관계”라며 “사업 규모가 큰 대형 국책사업들은 상대방 국가가 먼저 G2G(정부 사이의 거래)로 인식하고 우리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기도 해 정부 도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이라크 정부의 국책사업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 경제협력관계를 우호적으로 다진 것이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는 것이다. 

한병도 전 정무수석은 1월 한국-이라크 수교 30주년을 맞이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이라크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을 포함한 한화건설, 대우건설 관계자들이 동행해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를 위한 우호협력 관계를 다지는 데 힘썼다.

한 전 정무수석이 이끄는 특사단은 4월에도 다시 한 번 이라크를 방문하는 등 이라크 사업 확대를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엔지니어링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3국을 순방할 때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추가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문 대통령은 당시 현대엔지니어링과 LG상사 컨소시엄이 준공한 ‘투르크메니스탄 키얀리 가스화학플랜트’ 현장을 방문했다.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은 문 대통령의 현장 방문에 동행해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으로부터 제2 가스화학플랜트사업을 약속받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엔지니어링은 5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손잡고 폴란드에서 1조3천억 원 규모의 대형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를 따내기도 했다. 국내 기업이 유럽연합에서 이처럼 큰 규모의 플랜트 사업을 따낸 것은 처음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는 2018년 6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수주 활로 마련을 위해 ‘해외건설촉진법’에 기반해 출범한 공공기관으로 이번 수주는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성과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사업 비중이 40% 수준으로 큰 만큼 앞으로도 정부 지원에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건설과 비상장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2018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6조7천억 원을 냈는데 그 가운데 7조2천억 원을 해외사업에서 거뒀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이라크 해수 공급시설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해외수주 회복이 더욱 가시화됐다”며 “현대건설이 2019년 해외수주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해외수주에서 정부 지원사격 효과 봐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왼쪽에서 두번째)가 4월18일 투르크메니스탄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사업 강화 기조의 수혜는 향후 건설업계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해외 순방에서 틈날 때마다 국내 건설사가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상대방 국가에 한국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홍보해왔다.

문 대통령이 4월 중앙아시아를 순방할 때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SK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사업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 총리는 5월 쿠웨이트 방문 당시 현대건설이 참여한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연륙교’ 개통식에 참석해 쿠웨이트 국왕에게 한국 건설업체의 적극적 기용을 요청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올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 건설, 스마트시티 펀드를 조성하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수주를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