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올해 안에 KDB생명보험과 대우건설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다만 대우건설과 KDB생명 모두 실적과 업황 등을 볼 때 매각이 쉽지 않을 수도 있어 속도전에 매몰돼 헐값에 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우건설 KDB생명 매각도 속도전, 이동걸 손해 얼마나 감수하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가 산업은행 본점이 아닌 서울국제금융센터(IFC)에 둥지를 튼다.

산업은행과 이해 상충을 막고 독립성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첫 과제는 대우건설 매각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출범 이후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이르면 올해 안에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 회장은 대우건설을 시장에 내놓기는 이르다고 보고 기업가치를 차근차근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특히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대우건설 가치도 더 올라갈 것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남북 경제협력이 요원해 보이는 등 당분간 주가를 크게 끌어올릴 만한 호재가 없다는 점에서 빨리 매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더 나아질 게 없다면 100원이라도 더 받으려고 움켜쥐고 있기보다는 손해를 보더라도 시장에 내보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지난해 초 호반건설에 대우건설을 매각하려 했을 때 매각가격은 1조6천억 원이었다. 이번에도 이 정도의 가격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우건설 덩치가 워낙 큰 데다 주가도 부진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역시 들쭉날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6287억 원을 내 2010년 산업은행에 인수된 이후 최대 실적을 냈으나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다시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올해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이 회장은 올해 안에 KDB생명 매각도 추진하기로 했다. 무려 네 번째 매각 시도다.

산업은행은 매각과 별도로 KDB생명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 안에 기업공개 주간사를 선정하고 상장 준비에 들어가기로 했다. 매각과 상장을 병행해 빨리 성사되는 쪽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KDB생명 매각 역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과거 세 차례 진행된 매각에서 인수후보들은 산업은행이 기대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주요 금융지주들도 대부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이 우리금융지주에 KDB생명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산업은행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자칫 산업은행이 매각 자체에만 집중해 '좋은 주인 찾아주기'는 뒷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호반건설에 매각하려다 무산됐을 때처럼 산업은행과 대우건설 모두의 신뢰에 타격만 입힐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그동안 주인의식을 지니고 평생 경영할 곳에 가급적 팔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