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임기 반환점 돈 윤종규, 해외에서 강한 KB금융지주 열망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연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2017년 11월20일 3년 임기의 연임이 확정됐는데 딱 절반을 보냈다.

첫 임기 때 대형 인수합병을 통해 KB금융지주를 순이익 1위에 올려놨다면 두 번째 임기에는 조직안정과 해외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이 기간 신한금융지주에 1위를 다시 내준 점은 윤 회장에게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21일 KB금융지주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주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20일부터 업무에 복귀했다. 윤 회장은 이날 열린 ‘국외점포 현지직원 워크숍’을 찾아 현지직원을 격려했다. 이 워크숍은 해외진출 확대에 따른 현지인력 양성을 목적으로 2017년부터 열리고 있다.

윤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했을 때부터 공격적 해외진출을 예고했다. KB금융그룹에 따라다니는 ‘해외사업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버리겠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신주 인수를 통해 10년 만에 인도네시아에 다시 진출했다. 5월 초에는 미국 뉴욕지점에 ‘뉴욕 IB(투자금융) 유닛’을 열고 선진국 투자금융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KB국민은행의 해외부문 순이익은 605억 원으로 전년보다 157.4% 급증했다. 이밖에 KB증권과 KB국민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도 해외진출에 한창이다.

윤 회장은 4년 반 넘게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KB금융지주 역사가 10년 반 정도 됐다는 점을 볼 때 역사의 절반가량을 이끈 셈이다.

KB금융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B금융그룹 내부에서 윤 회장이 해온 여러 일 가운데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는 점을 높게 보고 있다”며 “이 밖에 KB사태도 봉합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여러 계열사에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 역시 윤 회장이 임기 안에 낸 성과”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인사가 되풀이됐다. 윤 회장이 내부출신으로 회장에 오르고 연임에 성공한 것부터가 안정적 지배구조 정착의 첫 걸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트 윤종규’를 놓고도 한시름 덜었다.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로 그룹의 핵심인물들이 앉으면서 차기 후계구도를 짜는 과정에서 외풍을 차단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현재 허인 KB국민은행장,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 등 차기 회장후보들이 각 계열사 대표이사로 올라 경영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윤 회장은 외부출신 인사에 대비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내부출신을 키워야 한다는 뜻을 평소에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의 분리체제도 1년 반 동안 안착하는 데 성공하면서 'KB사태' 관련 후유증도 완전히 씻어냈다.

KB금융그룹은 2014년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이 알력 다툼을 벌여 금융당국으로부터 각각 중징계를 받고 두 명 모두 물러나는 이른바 KB사태를 겪었다. 그 뒤 조직 안정을 위해 윤 회장이 행장을 겸임했지만 2017년 11월 허 행장이 선임되면서 겸임체제가 끝났다.

다만 첫 임기인 2017년 차지했던 순이익 1위를 지난해 다시 신한금융지주에 내준 점은 윤 회장에게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항상 리딩 금융그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KB금융그룹 안에 업계 1위 계열사가 하나도 없다.

현대증권(KB증권) 이후 인수합병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 역시 윤 회장에게는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이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이 분야를 보강하겠다고 밝힌 지 오래지만 아직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그는 “양궁으로 비교하자면 아직 경쟁사와 비교해 한 발의 화살이 남아있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 회장이 자사주 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며 주가부양에도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금융 대장주 자리 역시 지난해 신한금융지주에 빼앗겼다. 2017년 대장주를 차지했는데 1년4개월 만에 도로 내준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