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이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날과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의 칼날이 삼성그룹 ‘윗선’을 향하는 것을 막아내야 한다. 김 사장은 앞으로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워 ‘법적 공방’을 준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앞에 김앤장 방패 세워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19일과 20일 검찰의 소환조사에서 삼성전자 윗선이 일련의 분식회계 증거인멸 작업을 주도했느냐는 질문에 ‘실무자 선에서 한일이다.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식회계 의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와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검찰은 삼성그룹 수뇌부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소속 임원 2명은 이미 구속됐고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도 조만간 검찰에 소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그룹 차원의 주요 현안에 대응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분식회계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온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없었으면 모회사였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자체가 불가능햇을 것”이라며 “이를 숨기기 위한 삼성그룹의 노력이 최근 검찰수사로 드러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검찰수사를 막기 힘들어 지면서 김태한 사장이 할 수 있는 일은 ‘법리적 방어’로 좁혀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여부는 법정에서 결판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회계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게 맡기고 있다. 김앤장은 13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내린 제재의 효력을 모두 정지하는 행정소송에서 승리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김앤장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인멸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면서 검찰조사에 입회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김앤장은 ‘변호인 조력권을 근거도 없이 제한한 것’이라며 이미 검찰과 법리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다만 김앤장이 김 사장의 구상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방패가 되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김앤장이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 집행정지 가처분소송에서 승소했던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는 것이 법조계의 반응이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처분으로 발생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재효력을 정지했을 뿐 본안소송이나 형사소송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담당 회계법인 등을 압수수색하며 상당한 물증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관계자들과 회계사들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논리를 깰 수 있는 진술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획된 것이라는 의혹에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점도 삼성그룹에게는 부담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는 사안이 복잡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검찰과 법리싸움이 치열할 것”이라며 “최종결과가 나오는 것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