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호박을 넝쿨째 선물로 받게 됐다.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인수전에서 빈손이 되나 했는데 MBK파트너스와 구성한 컨소시엄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시 선정되면서 재무적투자자로서 자본이득은 물론 앞으로 롯데카드를 인수할 기회도 얻었다.
 
'깜짝선물' 받은 손태승, 우리은행의 롯데카드 인수기회 다시 얻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및 우리은행장.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지분 인수자금을 주선하는 동시에 롯데카드 지분 20%도 확보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재무적투자자로 남아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전략적투자자로 변신할 기회도 얻게 된 셈이다.

일단 우리은행은 롯데카드 인수와 관련해 기존대로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처음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맺고 롯데카드 인수전에 참여했을 때와 동일한 입장”이라며 “재무적투자자로서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주선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60%를 사들이는 데 필요한 자금 가운데 절반가량을 주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대출이자와 수수료를 얻는 단기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를 매각할 때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MBK파트너스와 동일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할 때 우리은행이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하지 못하더라도 매각차익은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손 회장은 재무적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롯데카드 지분 20%를 기반으로 결국 롯데카드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손 회장이 결국 롯데카드를 인수할 것이란 시장의 시선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비은행부문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19일 열린 해외 기업설명회에서도 해외투자자들에게 본격적으로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을 통해 우리금융그룹이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사에서도 “적극적 사업포트폴리오 재구축과 글로벌 전략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을 달성할 것”이라며 “비은행부문 인수합병(M&A)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최종적으로 은행과 비은행권의 수익을 6:4로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롯데카드를 인수한다면 카드업계 3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점도 손 회장이 롯데카드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우리카드 자산규모는 10조 원가량이며 롯데카드는 12조6천억 원가량이다. 단순 합산하면 22조6천억 원 정도가 되는데 카드업계 2위인 삼성카드 자산규모 23조 원에 육박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들이 비은행부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손 회장이 신용카드사를 인수할 기회를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뒤 인수자금을 마련하면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