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코스트코를 등에 업고 카드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코스트코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코스트코 때문에 현대카드를 발급받는 회원들까지 더하면 단번에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정태영, 카드업 벼랑 끝에서 코스트코 잡고 현대카드 공격 앞으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특히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간편결제를 지원하는 등 카드업계에 불리한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카드사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천금같은 기회를 만난 셈이다.

19일 현대카드와 코스코에 따르면 24일부터 전국 모든 코스트코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현대카드와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코스트코는 현재 전국에 모두 1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코스트코 회원을 새 고객으로 유치하면 현대카드 점유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트코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스트코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부터 단 한 번도 매출 증가세가 꺾인 적이 없다.

제임스 세네갈 코스트코 창업주가 미국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너무 장사가 잘돼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코스트코가 지난해(2017년 9월1일~2018년 8월31일) 한국에서 거둔 매출은 3조9226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가량이 카드로 결제됐다는 점을 볼 때 현대카드 결제금액은 단순 계산만으로 3조2천억 원가량 늘어난다.

여기에 4월 말 문을 연 코스트코 하남점 매출까지 더하면 코스트코에서만 현대카드 결제금액이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트코 때문에 현대카드에 새로 가입한 회원들이 다른 곳에서 쓰는 결제금액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코스트코 회원의 충성도가 매우 높다는 점도 현대카드로선 큰 호재다. 안정적 매출처를 확보한 만큼 시장 점유율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현재 17번째 점포인 김해점 출점도 추진하고 있다.

현대카드로선 코스트코를 통해 삼성카드를 바짝 뒤쫓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지난해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이용실적 기준(신용카드·체크카드) 점유율 16.6%와 13.2%로 3위와 4위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4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와 전속 파트너십을 통해 회원 수의 비약적 증가가 기대된다”며 “이를 통해 시장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영 부회장도 코스트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오랜만에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온 만큼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 발급 과정부터 대폭 간소화하면서 새로운 고객을 대상으로 문턱을 낮췄다. 현대카드가 없는 고객은 현대카드 홈페이지와 현대카드 모바일앱에서 카드를 바로 신청할 수 있다. 본인인증과 카드 신청에 필요한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발급신청이 끝난다.

또 발급심사만 통과하면 실물카드가 없어도 모바일앱을 통해 결제가 가능하다.

현대카드는 일찌감치 전국 코스트코 매장 인근에 현대카드 영업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품으로 현대차 팰리세이드 15대를 내거는 등 대규모 판촉행사도 벌였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 코스트코의 새 결제카드로 선정됐다.

현대카드가 무려 18년 만에 삼성카드를 밀어내고 코스트코 결제카드로 선정되기까지 정 부회장의 역할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 파격적 수준의 조건을 제시하는 등 코스트코 유치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도 기대와 함께 설렘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4월 말 열린 코스트코 하남점 개점행사에도 직접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페이스북에 크레이그 옐리네크 코스트코 CEO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매년 새로 여는 코스트코가 꽤 많을텐데 본사 최고경영진들이 날라와서 네 시간 동안 쉬지않고 돌아다니며 매장 안을 최종 점검한다”며 “흥미로운 장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처음 계약사실이 알려진 뒤부터 최근까지 카드 출시사실과 상세한 혜택, 디자인 콘셉트, 발급방법, 광고 등을 하루가 멀다 하고 SNS에 올리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