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출범 2년이 지나도록 손실만 내며 일부 대출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인터넷은행도 결국 '자본싸움', 더 늦기 전에 원점에서 다시 봐야

▲ 카카오뱅크(왼쪽)와 케이뱅크 로고.


KT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지 못하면서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발된 탓이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카카오로 최대주주를 바꾸는 일이 험난하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며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검찰의 항소라는 변수가 남아있다.

케이뱅크의 대주주에 오르려는 KT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에 오르려는 카카오, 국내 최대의 정보통신기술 기업인 두 기업에게도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넘기 어려운 산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보통신기술기업은 이 덕분에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생겼다. 

하지만 법 뒤에 남아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규제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KT와 카카오 같은 대기업조차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은 사실상 금융회사 주주들의 자본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력이나 영업전략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 지분을 지니고 증자를 책임진 카카오뱅크는 자본금을 1조3천억 원으로 늘렸지만 케이뱅크는 이런 금융자본 대주주가 없어 자본금을 4775억 원으로 늘리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케이뱅크의 대출은 가다 서다를 반복한 반면 카카오뱅크는 걱정 없이 대출을 하며 자산을 늘렸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패가 자본의 크기에 의해 갈린 것인데 이는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던 정부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케이뱅크도 심각해진 자본위기 앞에 정보통신기술기업이 아닌 다른 기업들을 새 주주로 영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를 제외하면 사실상 케이뱅크의 증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기업은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동남아시아 등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금융업 진출을 꺼리고 있는 눈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높은 정부 규제에 발목 잡힐 것이라는 예상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위가 조만간 예비인가를 발표할 제3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모바일금융 토스도 금융위로부터 금융주력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면 토스뱅크의 주주구성 계획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정부의 높은 규제 속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플랫폼만 디지털화된 반쪽짜리 혁신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인터넷’에 초점을 두고 금융시장의 혁신을 이끌 메기라 했지만 갈수록 ‘은행’에 방점이 찍히는 모양새다.

이대로 흘러가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회사들의 모바일 채널 내지는 자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인 만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생태계 구축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다면 다시 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