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헌 신한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이 신한금융의 자회사 자금지원 방식과 지주의 자금조달 방식을 다양화하며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오렌지라이프 및 아시아신탁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을 해소하면서도 신한생명과 신한금융투자에도 상당한 규모의 자본확충을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한금융지주 CFO 류승헌, 유연한 자본관리로 살림꾼 역할 능란

▲ 류승헌 신한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


14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류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신한금융지주 재무총괄(CFO) 부사장에 오른 뒤 지주의 자본비율 관리에 힘쓰면서도 각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을 착실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11월에 매입했던 신한생명의 후순위채를 올해 3월 외부투자자에게 매각해 4천억 원 규모의 자금을 회수했다.

이와 함께 신한생명에게는 2018년도 배당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신한생명의 자본여력에 더욱 숨통을 틔워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자본확충을 지원한 것인데 이에 힘입어 신한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1분기 174%대에서 올해 1분기 244%로 1년 만에 100%포인트 가량 올랐다.

신한금융투자에도 66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신한금융지주가 짊어질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계열사들에게 받은 배당금 5300억 원 등으로 확보한 내부 유보자금과 2천억 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출자재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하면서 2월에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확보한 7500억 원은 그대로 수중에 남겨두게 돼 오렌지라이프 완전자회사를 추진할 여력도 남겨뒀다.

신한금융투자가 우선주를 통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신한금융투자에 배당을 통한 자금회수 압박을 넣는 한편 나중에 우선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자금을 회수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신한금융지주로선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종속회사 투자지분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지주사의 출자여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3월 말 기준 127%대까지 오르며 금융당국의 기준치(130%)에 근접했지만 자본정책과 실적 전망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 125% 수준으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경쟁업체의 이중레버리지 비율, 금융지주사의 자본규제 수준 등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지주의 재무 안정성은 양호하게 관리될 것”이라며 “다만 차입으로 조달을 통한 추가적 대규모 투자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봤다.

2월에 7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때 최근 다른 금융회사들이 많이 쓰는 신종자본증권이 아닌 전환우선주로 발행한 점 역시 규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류 부사장은 “지난해 1조5천억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기 때문에 자본조달구조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자본이 아닌 부채로 분류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류 부사장이 재무총괄을 맡은 뒤 신한금융지주에 '유연한 자본관리'의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 통해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에 다른 자본부담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신한생명 및 신한금융투자 자본확충방안 등 비은행부문 강화에도 힘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류 부사장은 2001년 신한금융지주가 설립된 뒤부터 17년 동안 그룹 IR(기업설명회)업무를 담당했는데 2011년 글로벌 금융투자전문지로부터 ‘최고 IR 담당자(best IR professionals)’로 꼽히기도 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해 해외 기업설명회를 돌 때 류 부사장이 수행하며 경험을 바탕으로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사장은 올해부터 조 회장과 국내외 기업설명회 일정을 나눠 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지난해 큰 인수합병 2건을 진행했고 신한금융투자 증자와 신한생명 자본확충 등 자본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자본관리를 위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