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로 거명되는 주요 기업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손사래를 치고 있다.

벌써부터 연내 매각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과 함께 분리매각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분리매각해 매물 매력도 높이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13일 업계에 따르면 인수후보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3개나 되는 항공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점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인수후보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명되던 한화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일제히 부인했다.

롯데그룹 역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인수의향이 100%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SK그룹과 CJ그룹 등도 모두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을 내놓았다.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이번에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을 한꺼번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 회사를 모두 인수해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매각가격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직접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생각한 구도에서 만든 것으로 판단했기에 가능하면 일괄매각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다만 매각 과정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 분리매각도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의해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어부산은 2007년 부산지역 기업들이 출자해 만들었다. 그 뒤 2008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출자해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에 편입됐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4.17%를 보유하고 있다.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이 처음부터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저비용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의 적자 노선을 넘겨받아 2016년 7월 첫 항공기를 띄웠으며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세 회사는 그동안 거점공항과 노선의 차별화는 물론 고객층도 세분화해 역할을 분담하면서 성장해왔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항공기 리스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채권단이 일괄매각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각각 매각하면 매물로서의 매력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분리매각이 추진되면 진입장벽은 한층 낮아진다. 인수자가 항공사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면 3개의 항공사를 운영하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비용부담 역시 줄어든다. 또 혹시나 불거질 수 있는 특혜시비에서도 한층 자유로울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사실상 매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인수후보들이 인수의사를 밝히기 어려운 이유로 꼽히고 있다. 섣불리 인수의사를 밝혔다가 정부가 내정한 인수주체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호남 대표기업이라는 상징을 지니고 있어 인수 과정은 물론 인수 뒤 경영에서도 '호남정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채권단이 일괄매각에서 분리매각으로 눈을 낮추면 당장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인수에 기존 저비용항공사들이 뛰어들 수 있다.

특히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는 애경그룹이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1위인 제주항공은 꾸준히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현재 4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을 인수하면 단번에 몸집을 키워 고정비 부담을 낮추고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한진그룹 역시 인수후보군에 새로 들어올 수 있다. 이미 대한항공과 진에어를 운영하고 있는데 3개의 항공사가 더해지면 중복되는 노선이 많아져 비효율적이지만 저비용항공사 한두 곳만 인수하면 부담이 훨씬 줄어든다.

신세계그룹, 롯데그룹이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 역시 한층 높아진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은 오래 전부터 항공사업에 눈독을 들여왔다. 2017년 비록 성사되진 못했지만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한 적이 있고 2018년에는 신규 저비용항공사인 플라이강원에 투자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에서는 이미 부산롯데호텔이 에어부산 지분 3.36%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에어부산은 시장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데다 부산에 기반을 둔 기업들을 주주로 두고 있다. 인수자 입장에서 볼 때 에어부산 하나만 인수해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분리매각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 입장에서도 크게 나쁘지 않다. 에어부산이나 에어서울 매각대금이 아시아나항공으로 들어와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