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배터리 관련 기술인력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일이 시급하다.

LG화학이 최근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기술유출 관련 소송을 제시한 배경에는 배터리 관련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을 단속하려는 의도도 포함됐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신학철,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기술인력 이탈 막기 다급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


12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진행하는 상반기 배터리부문 경력공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기술인력이 경쟁사로 이직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낸 소송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LG화학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76명이 이직했다. 실무진인 과장, 팀장급 인사들이 대부분이라 이번 소송의 쟁점인 핵심기밀 유출은 차치하더라도 인력 유출에 따른 경쟁력 상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 직원 5명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올해 초 대법원에서 ‘2년 전직 금지’ 처분을 받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숫자까지 합하면 LG화학 전지사업부를 떠난 이직자 수는 수백 명에 이를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LG그룹은 인화단결을 경영이념으로 내걸 정도로 인재를 중요시하는 터라 신학철 부회장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차원을 넘어 인력 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연봉 차이 등 직원들의 처우가 이직에 큰 영향을 끼쳤으리라고 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01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LG화학의 직원당 평균임금은 8800만 원이고 SK이노베이션은 1억2800만 원이다. LG화학의 전지부문 평균임금은 8000만 원으로 LG화학 전체 직원의 평균급여액 8800만원 보다 9% 낮다.

직장인 익명게시판에서는 이를 놓고 “LG화학이 임직원 대우를 어떻게 했기에 대량으로 이직했는지 반성이 먼저이지 않는가”라는 지적부터 “SK이노베이션에서 채용공고가 올라오면 LG화학 직원들이 돌려보는 것이 현실”이라는 의견 등이 올라왔다.

그렇다고 다른 사업부문의 직원들과 차등을 두면서까지 급여나 복지 수준을 대폭 인상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신 부회장이 해결책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LG화학의 이번 소송이 재직자들의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을 막는 쐐기 역할을 할지는 미지수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에도 배터리사업부문의 경력직 공채를 진행하고 8일부터 합격자를 순차적으로 통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공채에 LG화학 이직자들이 일부 포함됐으리라고 추정한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공채는 LG화학의 소송 제기 전에 진행됐으며 LG화학으로부터 이직자가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신 부회장은 3월 취임해 ‘리튬이온 배터리사업’, 특히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정보전자소재사업과 함께 LG화학의 양대 사업으로 육성해 성장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LG화학은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지부문은 매출 10조 원을 낼 것이며 이 가운데 자동차 전지 비중이 50%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인력의 유출이 이어지면 LG화학의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