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을 향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말을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계열사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삼성을 향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도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Who] 이재용, 삼성 미래전략실 구태 부활 논란에 부담 안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9일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 인멸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삼성전자 임원 2명의 구속 여부가 이르면 10일 결정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8일 같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검찰수사에 속도가 붙었고 이제 검찰의 칼끝은 삼성전자 수뇌부를 향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을 상대로 한 검찰수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한 증거인멸 작업이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판단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삼성전자의 전자 계열사 총괄조직인 사업지원TF(태스크포스)가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면서 삼성바이로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일련의 행위를 '지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연말 조직개편에서 사업지원TF를 신설한 뒤 삼성 전자계열사 사이에서 시너지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의 관계자는 "검찰은 삼성전자TF가 삼성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물려받았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원들이 삼성바이로오직스의 증거 인멸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과거 미래전략실이 갖추고 있던 구태가 사업지원TF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6년 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름만 바꾸는 데 불과한 조직은 만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놓았다.

과거부터 구조조정본부와 전략기획실 등의 이름으로 존재했던 미래전략실이 삼성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한 조직으로 자리잡았다는 국민의 인식과 부정적 시각을 고려해 법과 상식은 물론 국민 눈높이에 걸맞는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사업지원TF가 오너 일가를 방어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대로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계열사가 적극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증거 인멸에 개입했다면 이 부회장은 최소한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사업지원TF가 과거 미래전략실의 악습을 그대로 물려받으면서 이 부회장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은 셈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한 논란에 "불미스러운 일로 실망감을 드려 후회된다"며 "삼성이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실망스러운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게이트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막막하다"며 "법과 정도를 지키는 존경받는 기업인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관련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주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부회장의 법적 책임을 논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개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자료에서 이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간 점 등에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경영권 승계와 같이 박근혜 게이트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내용이 삭제된 점을 볼 때 이번 사태가 결국 장기적으로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된 수사는 점차 삼성그룹 전반과 수뇌부를 조준하고 있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져야할 책임의 범위가 더 확대될 여지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