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카드에서 마음을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한 것은 시장상황의 변화를 지켜본 뒤 여건이 되면 다시 사들이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늘Who] 신동빈, 한앤컴퍼니에 롯데카드 넘겨 재매입 열어놓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카드의 매각조건은 한앤컴퍼니가 전체 지분의 80%를 인수하고 롯데그룹이 나머지 20%지분을 보유하는 것이다. 현재 롯데카드 지분은 롯데지주와 롯데케피탈 등이 98.37%를 들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의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잔여지분을 보유할 것이며 인수자와 롯데그룹의 시너지를 고려하겠다고 꾸준하게 강조해 왔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업이 유통사업이므로 사업적으로 연관성이 높은 카드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택해 업계의 예상을 뒤엎으면서 재매입 가능성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

롯데카드 본입찰에는 하나금융그룹,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 한앤컴퍼니가 참가했다.

업계에서는 본입찰 결과를 놓고 하나금융그룹이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가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는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이 유력하다고 파악했다.

이런 시선의 근거는 재매입 여지가 남는지 여부였다. 롯데카드가 하나금융그룹에 인수되면 하나카드와 합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이 남은 선택지 가운데 덜 유력했던 한앤컴퍼니를 선택한 것도 결국 재매입 가능성을 가장 크게 고려한 것일 수 있다.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 컨소시엄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에서 유리한 선택이지만 우리은행이라는 잠재적 경쟁자를 끌어들이게 된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의 재매입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결정을 내린 데는 신 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데다가 금융업계에서 첫 사회경험을 쌓은 만큼 금융업에 애착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롯데그룹 부회장에 오르면서 금융업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신 회장은 1980년에 미국 콜롬비아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뒤 바로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일본 노무라증권 영국지사에서 일했다.

노무라증권을 퇴사한 뒤 바로 일본 롯데상사의 이사를 맡았으므로 경영자 수업을 제외하고는 금융업계에서만 일한 셈이다.

그만큼 카드사업이 줄 수 있는 이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 신 회장은 부회장이던 2003년 동양카드 인수작업을 직접 주도해 현재 롯데카드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수수료율 문제로 카드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카드사업은 유통 등 산업과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애초에 금융 계열사를 매각하게 된 것도 신 회장의 의지가 아니다.

롯데그룹이 2017년에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면서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게 된 것이 금융 계열사 매각의 원인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10월까지 금융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 매각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공정거래법에 따른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한 부득이한 절차”라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는 입찰가격뿐 아니라 다양한 비가격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현재 일반지주사에 ‘중간금융지주회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