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 확보에 힘을 쏟는다.

글로벌 배터리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만큼 글로벌회사들의 기술 개발 경쟁도 심화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앞선 기술력은 필수적이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 진두지휘

▲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


11일 LG화학에 따르면 경쟁사에 앞서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 사장이 우선적으로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리튬메탈 배터리와 NCMA 배터리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쓰이는 흑연 대신에 용량이 10배 큰 리튬을 사용하는 배터리다. 에너지밀도로 따지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2배가량 높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충전 과정에서 음극재 표면에 쌓이는 리튬이온 결정이 화재의 원인이 된다. 특수한 분리막을 이용해 리튬이온이 음극재 쪽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아직 없다.

김 사장은 세계 최초로 리튬메탈 배터리 기술을 확보해 리튬이온 배터리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바로 전기차 배터리인데 모든 완성차회사들은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효율이 높은 배터리를 찾는 데 골몰하고 있어 리튬매탈 배터리 기술을 먼저 개발하면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

완성차회사들은 성능이 입증된다면 고객사를 잘 바꾸지 않는다. 김 사장이 경쟁사에 앞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2월 미국의 배터리 기술 개발회사 폴리플러스배터리컴퍼니와 리튬메탈 배터리의 분리막을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맺고 2021년 하반기에 리튬메탈 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김 사장은 양극재의 차세대 기술이 쓰이는 NCMA 배터리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양극재의 차세대 기술이 확보되면 삼원계 배터리(NCM 배터리, 니켈, 코발트, 망간을 섞어 양극재를 만드는 배터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게 된다.

삼원계 배터리의 효율은 양극재의 니켈 함량이 결정하는데 이 분야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두 회사는 NCM811(양극재의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이 8:1:1인 배터리)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까지 높여 효율을 늘리는 한편 알루미늄으로 배터리 안정성을 보강하는 NCMA 배터리를 2022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NCM811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인 2023년보다 빠른 것이다.

LG화학이 NCMA 배터리의 양산에 성공한다면 SK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파나소닉과 비교해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 

파나소닉은 NCMA 배터리에 가까운 NCA 배터리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지만 NCMA배터리는 NCA 배터리보다 코발트 함량이 더 적어 가격 경쟁력이 높다.

코발트는 양극재에만 소량 쓰이는데도 배터리 전체 원가의 1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싼 원료다. NCMA 배터리기술은 LG화학이 배터리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기술인 셈이다.

김 사장이 리튬이온 배터리의 신기술을 확보하는데 공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시장은 연 평균 25%씩 규모가 커져 2025년 182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으로 차세대 기술 확보 진두지휘

▲ 대전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 LG화학 >


김 사장은 리튬이온 배터리 너머에 있는 새로운 배터리 기술까지 넘보고 있다.

배터리의 전해질로 인화성 액체물질이 아닌 고체물질을 사용해 배터리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는 ‘전고체 배터리’가 그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5월 열린 ‘KAIDA 오토모티브포럼’에서 “전고체 배터리가 2022년 생산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제성은 없다”며 “2040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지속해왔다.

LG화학 관계자는 “2020년대 중반이면 LG화학이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고 시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애초 김 사장이 전고체 배터리가 경제성이 없다고 내다본 이유는 관련 소재 등의 공급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LG화학처럼 규모가 큰 회사가 독자적으로 소재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면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기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실제로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 주도로 소재사업의 구조를 자동차 소재와 올레드(OLED) 소재 중심으로 개편하며 소재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완성차회사의 전기차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담보해줄 차세대 배터리인 만큼 LG화학의 소재사업 강화기조와 맞물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김 사장은 차세대 배터리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협업(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이다. 

10일 LG화학은 해외 스타트업들과 협업해 배터리 신기술을 발굴하기 위한 사업전략 발표회를 열었다. 5곳의 스타트업과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기술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김 사장은 기조연설에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배터리분야에서 신기술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 사장은 1957년 태어나 서울대 공업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공학석사, 미국 애크런대학교 고분자공학박사 학위를 획득했다.

1997년 LG화학에 입사한 뒤 1999년 상무로 LG화학의 배터리연구소장에 올랐다. 2004년 한 해 잠시 전지사업부장을 맡은 뒤 다시 2005년부터 현재까지 배터리연구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