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아이폰에 대만 TSMC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으로 위탁생산한 프로세서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TSMC의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는 일이 앞으로 출시되는 스마트폰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더욱 다급해졌다.
 
삼성전자, 대만 TSMC의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력 추격 시급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11일 디지타임스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EUV(극자외선)기술을 활용한 5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미세공정의 기술 개발과 양산 준비를 마쳤다.

애플의 내년 아이폰에 탑재될 'A14' 프로세서가 TSMC의 5나노 공정으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EUV공정은 반도체의 성능과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미세공정 발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7나노 EUV공정을 반도체 위탁생산라인에 도입한 뒤 내년 완공되는 화성 반도체공장에도 7나노 EUV공정 중심의 시설투자를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TSMC가 삼성전자보다 EUV 도입에 늦은 반면 공정 기술 발전속도에서 빠르게 앞서나가고 있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7나노 EUV공정 도입 초기 단계이고 5나노 공정 개발일정을 밝히지 않은 반면 TSMC는 이미 7나노를 상용화한 뒤 5나노 EUV 양산시기까지 내년으로 확정했기 때문이다.

전자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는 TSMC의 5나노 공정이 7나노와 비교해 반도체 성능을 15%, 전력효율을 20% 끌어올리면서 삼성전자를 앞서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 발전이 TSMC보다 뒤처지는 것은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프로세서 '엑시노스' 시리즈를 탑재하는 스마트폰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새 스마트폰 갤럭시S10 시리즈에 삼성전자의 자체 개발 프로세서 '엑시노스9820'와 퀄컴의 최신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55'를 지역별로 나누어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모델은 주로 미국, 중국, 일본에 출시됐고 한국과 유럽에는 엑시노스 모델이 판매된다.

엑시노스9820은 삼성전자의 8나노 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에서 생산되는 반면 스냅드래곤855는 TSMC의 7나노 위탁생산 공정을 활용해 양산된다.

삼성전자가 7나노 공정에 EUV기술을 처음 도입하며 양산체제를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엑시노스9820을 옛 공정인 8나노 기반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분석된다.

퀄컴은 이전까지 삼성전자에 고성능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대부분 맡겨 왔지만 TSMC가 7나노 공정을 삼성전자보다 일찍 도입하면서 스냅드래곤855의 양산을 TSMC에 모두 맡겼다.

갤럭시S10에 서로 다른 공정 기술이 활용된 프로세서가 탑재되면서 엑시노스와 스냅드래곤 모델 사이에 성능격차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폰아레나 등 외국언론에서 내놓은 성능실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냅드래곤855를 탑재한 갤럭시S10은 성능과 배터리 수명이 모두 엑시노스 모델과 비교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SMC의 7나노 반도체 공정을 활용한 프로세서의 성능 우위가 나타난 셈이다.
 
삼성전자, 대만 TSMC의 시스템반도체 공정 기술력 추격 시급

▲ 삼성전자 프로세서 '엑시노스9820'과 퀄컴 '스냅드래곤855'.


TSMC가 내년에 계획대로 차세대 5나노 EUV 위탁생산을 도입하면 애플과 퀄컴은 모두 TSMC에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계속 맡길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TSMC의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차기 스마트폰의 성능도 퀄컴이나 애플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차이를 보일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가 TSMC의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는 일은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의 성장에도 중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삼성전자의 새 먹거리로 앞세우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도 필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디지타임스는 "TSMC는 이미 3나노 미세공정 도입계획도 공식화하면서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있다"며 "반도체공정 기술 발전을 위한 막대한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