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떠난 위성호, "긴 호흡으로 미래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진 행장 취임식에서 은행기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신한은행>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행장에서 물러나며 임직원들에게 긴 호흡으로 큰 흐름을 따라가야한다고 당부했다.

당분간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앞으로 행보를 고민하겠는 뜻도 보였다.

위 전 행장은 26일 신한은행 임직원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내 “격식 차린 조회 분위기 속에서 이임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며 “신임 은행장이 첫 포부를 밝히는 취임식에 더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날 위 전 행장의 이임식은 따로 열리지 않은 채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취임식만 열렸다.

위 전 행장은 신한금융에 입사할 때를 되돌아보며 신한은행장에서 물러나는 소회를 밝혔다.

위 전 행장은 “제가 신한의 새내기가 된 건 35년 전”이라며” 여기서 직장생활을 하고 나오면 무슨 일을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쩌다보니 운 좋게 은행장에 오르는 가문의 영광을 누렸다“며 ”이는 선배들의 피땀 어린 열정, 주주와 고객들의 믿음 덕분이라는 것을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장으로 일하며 마무리하지 못한 과제와 관련해 당부의 말도 전했다.

위 전 행장은 “경영진들은 넓은 시야로 큰 흐름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때로는 과감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며 “짧은 호흡으로 당장의 1등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긴 호흡으로 미래를 위해 2등이 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공을 들였던 디지털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위 전 행장은 “2년 전에 돈 안 되는 디지털을 너무 강조한다는 불만이 있었지만 소신을 지니고 양보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며 “지금은 인공지능, 클라우드,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등과 같은 용어에 익숙해졌고 실용화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뱅킹 서비스는 여러 이종사업자가 누구나 자기 플랫폼에서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그 플랫폼에 신한이 많이 장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신한금융과 멀지 않은 곳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고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위 전 행장은 “이제 제가 지닌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려고 한다”며 “직장생활 돌아보기, 요리를 배워 가족들에게 음식 만들어 주기, 애완견을 길러 내 편 하나 만들기, TV 보면서 실없이 웃고 울기 등 일상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도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위 행장은 “하지만 앞으로도 아침에 눈을 뜨면 포털에서 신한은행을 검색할 것”이라며 “저에게 줬던 헌신과 사랑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 아낌없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