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KEB하나은행 양 날개로 디지털과 글로벌 꼽다

▲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21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행장 취임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KEB하나은행>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이 ‘디지털’과 ‘글로벌’을 양 날개로 삼아 KEB하나은행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지 행장은 21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식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 새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시기에 취임하게 돼 영광”이라면서도 “엄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 행장은 최근 시중은행은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기업의 성장속도 둔화, 경쟁 심화 등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일수록 공격적으로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며 KEB하나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디지털전략과 글로벌사업을 꼽았다.

그는 “국내시장이 포화된 상태인 반면 글로벌시장에서는 ‘블루오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내의 치열한 경쟁을 피해 해외에서 사업을 확장해 국내와 해외 사업자들이 모두 성과를 내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 행장은 디지털전략을 놓고 “정보통신(ICT)기업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회사와 적극 협력하는 방식으로 디지털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은행업을 하면서 디지털을 얹는 형식이 아닌 업의 본질을 아예 데이터 기반의 정보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KEB하나은행의 장기적 비전과 개인 경영철학은?

“하나금융그룹과 KEB하나은행은 비전이 같다. 신뢰받는 글로벌 은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장기적 비전이다.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디지털, 다른 한편으로는 글로벌에 집중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겠다.

이 과정에서 조직의 안정이 필요할 텐데, 소통과 배려라는 두 키워드를 바탕으로 신뢰받는 글로벌 은행이 되기 위해 힘쓰겠다.”

- 앞으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은행 경영을 진행할 것인지.

“함영주 행장이 초대 행장으로서 굉장히 힘든 환경 속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이뤘다. 내가 국내 경험이 부족하지만 함 행장이 기반을 잘 닦아놓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그 기반 위에서 더욱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겠다. 디지털 전환을 제대로 이뤄서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회사로 다시 태어나는 일을 진행하고 싶다.”

- 주요 은행 행장 가운데 가장 젊은데 소감을 알려 달라. 세대교체는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중국 지린은행에서 근무할 때 내가 50대 초반이었고 39살 행장을 모시고 같이 일을 해봤다. 육체적 연령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젊은 생각과 유연한 사고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대교체라는 것은 연령대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이나 글로벌 등 새로운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세대교체라고 이해하고 있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과 향후 다른 은행과 차별화 전략이 궁금하다.

“전통 은행업을 하면서 디지털을 가미하는 형식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글로벌 포인트적립 시스템 GLN(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이나 인도네시아에서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협업한 사례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꼽을 수 있다. 정보통신(ICT)기업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기업과 적극 협력해서 기존 은행이 꿈꾸지 못했던 방식의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다.”

- 하나은행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게 되면 전통 은행과 차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에 신한금융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을 뺐는데 어떻게 보는지.

“인터넷전문은행은 하나금융지주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 그 부분은 말하기가 어렵다. 신한금융 관련해서는 나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게 됐다.”

- 경기 악화에 따른 리스크 관리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 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은행산업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대손비용이 오르락내리락 한다. 그동안 대손비용이 낮은 수준을 지속했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연말까지는 위험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다.

소호대출(개인사업자 및 소규모 기업대출)의 위험성은 현장에 나가서 직접 살펴보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장 실사를 바탕으로 낮은 대손비용을 유지해 나가겠다. 국내 경기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아파트나 주택을 담보로 두고 있는 가계여신부문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위험성을 시나리오별로 살피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물리적 통합이 완성됐지만 조직 내부에서 화학적 결합이 마무리 되었는지를 두고 아직 논란이 많다. 앞으로 조직문화를 어떻게 바꿔갈 것인지 알려 달라.

“하나은행 내부의 화학적 통합 및 인수후통합작업(PMI)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합병을 하는 주체와 당하는 주체의 구별없이 정서적으로 대등한 통합을 이뤄야만 완벽한 통합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함 행장이 애를 쓴 덕분에 형식적 측면에서는 대부분 통합이 완료됐다. 정서적 통합 역시 디지털과 글로벌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면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직의 불안정성이 나타날 수 있는데 소통과 배려를 통해 잘 해결하겠다. 예를 들어 어제도 두 부서 사이에 갈등이 있다고 해 오후 8시에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관계자들을 한 자리에 불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계급을 내려놓고 마음에 있는 얘기를 다 한다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말고 새로운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는지.

“신남방 지역에 신경을 쓰고 있다. 또 ‘미래의 중국’으로 불리는 인도로도 영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

- 최근 중국민성투자그룹이 부실 위기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어떻게 그려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하나은행이 중국에 투자한 부분은 은행 전체로 보면 전혀 부담되지 않는 비중이다. 내부적으로 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 포트폴리오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중국은 좀 미묘한 부분이 있는 나라다. 가장 큰 특징은 중국 정부의 효율성이다. 중국 정부가 방향을 정하면 한국에서는 전혀 가능할 것 같지 않았던 일들도 많이 일어난다. 중국민성투자그룹을 놓고도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명확하게 표현했다. 이외에 (하나은행이 투자한) 지린은행은 2~3년 내에 상장을 바라보고 있고 초기 투자금액의 2배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는 언제 만나나.

“외부에서 금융당국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표현하는데 행장 돼서 보니까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25일 함 행장과 윤 원장을 만나기로 했고 현재도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감독당국과 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