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기업과 창업기업의 금융 양극화 해소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창업기업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구체적 방안으로 은행 여신체계의 전면 개편을 제시했다. 상장규제 완화를 통해 모험자본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면서 정부도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 선포식’에서 “담보가 충분한 대기업과 비교해 혁신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의 문은 매우 좁다”며 “이런 금융의 양극화를 해소해야 혁신도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부동산담보와 과거 실적 위주로 자금을 빌려주면서 혁신 창업기업이  성장하기 힘든 환경에 놓여 있다고 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의 여신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 여신 평가기준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 같은 미래 성장 가능성의 비중을 높이는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2019년부터 기계·재고·매출채권 등의 동산, 채권, 지적재산권 등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일괄담보제도’를 전면 시행한다. 기술평가와 신용평가를 통합해 기술력이 있으면 신용등급도 높아지는 내용을 뼈대 삼은 ‘통합여신심사모형’도 구축해 정책금융기관에 도입한다.

모험자본이 혁신 창업기업에 더욱 많이 투자할 길을 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익성과 원천기술 등을 토대 삼아 업종별로 차별화된 코스닥 상장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전통 제조업 기준으로 마련된 심사기준 때문에 거래소 상장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혁신기업들이 코스닥시장에 대거 들어와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넥스 상장기업이 코스닥으로 빠르게 자리를 옮길 수 있도록 ‘신속이전 상장 제도’의 심사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혁신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성장지원펀드의 운영방식을 개편하고 앞으로 5년 안에 전체 규모도 12조 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거래세와 자본이득세의 역할 조정도 중장기적으로 추진한다. 금융 분야에도 규제를 지키려는 공무원이 입증 책임을 지는 ‘규제 입증책임 전환제도’를 도입해 규제 전반을 완화할 토대를 마련한다. 

제조업 중소·중견기업에 앞으로 3년 동안 정책자금 12조5천억 원을 지원해 신규 일자리 4만 개를 만들어낼 목표를 세웠다. 서비스산업에 앞으로 5년 동안 정책자금 60조 원을 지원해 일자리 13만 개를 창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 규모를 1조 원에서 5조 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문 대통령은 “금융은 햇볕 날 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올 때 우산을 걷어간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아왔다”며 “이제는 비가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따뜻한 금융이 되고 더욱 나아가 비구름 너머에 있는 미래의 햇살까지 볼 수 있는 혁신금융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비전 선포식에 앞서 기업은행 직원 20여 명을 만나 금융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제도 개편을 지시했다. 

이 자리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등이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의 영화콘텐츠 투자를 높게 평가했다. 관객 1600만 명을 넘어선 ‘극한직업’이 기업은행의 투자를 받았다는 설명을 듣자 “그건 좀 벌었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행의 창업공간 지원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은행이) 이런 일을 했을 때는 금감원장이 평가에 가점을 줘야 한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