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사업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확실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이 사상 최고치에 이르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도 시험대에 오른 지금이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적기라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삼성전자가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자동차용 반도체나 인공지능 반도체 등 성장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기업가치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글로벌파운드리 또는 자동차용 반도체기업 NXP를 인수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근 공식석상에서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를 여러 차례 나타냈고 삼성전자가 수십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기업을 인수할 충분한 자금여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NXP 인수 가능성을 공식 부인하고 글로벌파운드리도 매각 추진계획이 없다는 발표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가능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한국 기업환경에서 삼성전자가 수십조 원대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주주 등의 공감을 얻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국내외 증권사와 외국언론에서 꾸준히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이 나오는 것은 삼성전자의 성장을 위해 공격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송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NXP가 아니더라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대형 인수합병 실시 여부에 주가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며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주력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실적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만큼 신사업 분야 진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전부터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에 긍정적 태도를 보이며 삼성벤처투자 등 투자조직을 통한 국내외 신생기업 인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한 9조 원 규모의 미국 하만 인수도 삼성전자를 단숨에 자동차 전장부품시장의 유망주자로 떠오르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아직 초기단계인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만 성장 기대를 걸 수 없는 만큼 다른 성장사업 분야에도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확실한 성장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1년동안 10차례가 넘는 해외 출장을 통해 중국과 유럽, 중동과 일본 등 세계 협력사 경영진을 만나고 5G통신과 인공지능 등 신사업분야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 경영에 복귀한 이 부회장이 미래의 삼성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역할과 능력을 확실하게 보여주려면 대규모 인수합병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수합병 요구하는 목소리에 응답할까

▲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여러 업적 가운데 하만 인수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대형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일은 사실상 오너일가만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세계적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는 글로벌 반도체기업과 IT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도 이 가운데 하나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막대한 자금 동원능력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면 인수나 지분투자 등의 방식을 활용한 협력기회를 찾아낼 가능성이 충분하다.

시장분석지 마켓리얼리스트는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했다면 기술 시너지를 통해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 진출 노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이어진 메모리반도체 호황과 반도체 시설투자 축소에 힘입어 약 100조 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현금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