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 시대를 맞아 LG그룹이 미래를 이끌 ‘핵심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자금 확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최근 LG전자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자회사나 부동산 등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렇게 마련된 ‘실탄’을 전장사업 등 새 성장사업에 적극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LG그룹, 구광모 시대 신사업 인수합병 위한 ‘실탄’ 확보 분주

구광모 LG그룹 회장.


4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합작사인 영국 롤스로이스와 연료전지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수처리 분야 자회사 하이에텍과 엘지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심 부동산도 정리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LG전자는 올해 1월 초부터 보유 부동산의 매각·임대·관리 등을 맡길 포괄적 주간사 선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3월 안에 주간사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지난해 말 물적분리했던 서브원 MRO(전략구매관리사업)부문 매각도 마쳤다.

LG그룹 관계자는 “매각대금은 사업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LG그룹이 추진 중인 매각작업이 마무리되면 끝내면 적어도 1조 원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서브원 MRO사업의 지분 60.1%를 사모펀드에 팔아 6020억 원을 마련했다. 퓨얼셀시스템즈도 2012년 지분 51%를 523억 원가량에 인수한 뒤 지금까지 2500억 원 수준의 재원이 투입된 점을 감안하면 청산가치는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하이에텍, 엘지히타치솔루션, 비핵심 부동산 등의 정리작업을 마무리하면 LG그룹이 확보하는 자금 규모는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업계는 구 회장의 이런 행보를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불필요한 사업과 자산 정리를 통해 만들어진 재원으로 신사업을 키워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구 회장의 이러한 의중은 핵심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LG전자 조성진 대표이사 부회장의 신년사를 통해 감지됐다.

조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부터 사업 효율화로 확보된 자원은 육성사업에 적극 투자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런 비전 제시 역시 구 회장의 ‘신사업 육성’을 향한 남다른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구 회장이 올해 첫 경영행보로 LG그룹 연구개발의 심장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자동차부품과 인공지능(AI), 올레드(OLED), 전기차 배터리 등에 관심을 표명한 점도 앞으로 관련 분야의 인수합병 전망을 높여 준다.

구 회장은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 부회장 등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두 모인 만찬 자리에서 신사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구 회장이 취임 뒤 마무리한 1조 원 수준의 글로벌 자동차 헤드램드 기업 ZKW 인수, 8천억 원 수준의 CJ헬로 지분 인수 등을 발 빠르게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신사업 관련 대규모 인수합병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이미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 인수전에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고 LG전자도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력을 지닌 스마트업과 지분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9’에서 인수합병 후보만 50개 이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 회장이 이미 2018년 연말 임원인사에서 인수합병 전문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LG 경영전략팀장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효과적 인수합병을 위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