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롯데쇼핑 e커머스(전자상거래) 대표와 최우정 에스에스지닷컴 대표이사가 3월부터 e커머스사업 경쟁을 본격화한다. 

김 대표는 음성인식으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최 대표는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데 각각 초점을 맞추면서 e커머스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샅바싸움이 팽팽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김경호 최우정, 롯데와 이마트 대표해 e커머스 샅바싸움

▲ 김경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 대표.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본부와 신세계그룹의 에스에스지닷컴이 3월부터 온라인사업을 본격화한다.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는 3월 말 투게더앱을 출시한다. 롯데닷컴이 롯데쇼핑에 흡수돼 e커머스사업본부로 새출발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투게더앱을 이용하면 한 번만 로그인해도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홈쇼핑, 롯데하이마트, 롭스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3월1일부터 에스에스지닷컴을 공식적으로 출범한다. 에스에스지닷컴은 이마트와 신세계의 온라인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설립하는 회사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에스에스지닷컴이 출범과 동시에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에스에스지닷컴의 향후 행보를 놓고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지만 조만간 여러 가지 사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사업은 김경호 대표가, 신세계그룹의 에스에스지닷컴은 최우정 대표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1967년 생, 최 대표는 1966년생으로 두 사람의 연배가 비슷하다. e커머스시장 1세대로서 업계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다. 

김 대표는 1994년 대홍기획에 입사한 뒤 롯데닷컴의 경영전략팀장 마케팅부문장, 대표이사를 지낸 데 이어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대표까지 오른 ‘롯데맨’이다. 

반면 최 대표는 1998년 음원회사인 오이뮤직을 세웠다가 다음커뮤티케이션 e커머스부문장으로 e커머스시장에 발을 디딘 인물이다. 그는 디앤샵(전신 다음커뮤티케이션)의 구원투수로 활약하다 2010년 이마트로 자리를 옮겨 신세계그룹의 온라인사업을 이끌어왔다.

e커머스사업은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수조 원을 들여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와 최 대표를 향한 신동빈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의 신뢰도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롯데그룹 e커머스사업의 지향점을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으로 삼은 반면 최 대표는 신세계그룹 e커머스사업의 배송 경쟁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택배물류회사를 거느린 데다 유통 계열사는 모두 1만1천여 개의 점포를 갖추고 있어 이런 점포를 활용한다면 쿠팡이나 신세계 등 e커머스회사와 비교해 물류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음성으로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보이스커머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음성으로 상품을 찾는 게 손으로 상품을 검색하는 것보다 3배가량 빠르다.

운전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음성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기능을 강화하면 그 편의성 때문에 고객이 몰리면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으로 롯데그룹은 기대한다. 

김 대표는 “향후 선보이게 될 통합앱은 롯데의 강점인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가장 잘 이해하고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보이스 커머스에서 답을 찾는 것이다. 
 
[오늘Who] 김경호 최우정, 롯데와 이마트 대표해 e커머스 샅바싸움

최우정 신세계그룹 온라인통합법인 신임 대표이사.


롯데그룹은 e커머스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22년까지 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추가 자금을 들여 보이스 커머스를 개발하고 있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택배회사가 없다. 오프라인 매장 규모도 롯데그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이 때문에 최 대표가 신세계그룹만의 온라인 전용 플랫폼을 세우면서 물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쓰는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말 투자받은 1조 원을 배송 등 물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쏟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 대표는 2018년 11월 열린 1회 코리아 뉴라이프스타일어워즈에서 "트럭이나 열차 같은 '운송 수단' 속도보다 중요한 것이 물류센터의 '출하 속도'"라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전용센터는 택배회사의 물류센터와 달리 대부분의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다”며 “영국 오카도를 지향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물류시스템이 가장 고도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사업 전망을 놓고 누가 승기를 쥘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전화통화에서 “이마트 등 신세계그룹이 e커머스시장의 핵심으로 꼽히는 신선식품부문에서 앞서있지만 롯데그룹의 e커머스사업 플랫폼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롯데그룹이 거래액 규모가 훨씬 커 누가 더 앞서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투게더앱을 통해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의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을 이제 막 마친 것과 달리 신세계그룹은 3월이면 온라 인통합법인을 출범한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신세계그룹이 앞서 있지만 거래 규모로 따지면 롯데그룹의 경쟁력이 뒤처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2018년 기준으로 계열사 온라인몰의 합산매출이 8조 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신세계그룹의 에스에스지닷컴은 2019년 매출목표가 3조1천억 원으로 롯데그룹의 지난해 온라인몰 합산매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