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구광모, LG는 첫째도 연구개발 둘째도 연구개발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왼쪽에서 세 번째)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에서 초청 인재들과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꾸준하게 강조해 온 것은 단순하다. 바로 ‘연구개발’이다.

구 회장은 공식적 행보가 잦지 않는데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새해모임을 연지 한 달 여 만에 다시 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이번에도 신사업을 위한 연구개발과 이를 위한 인재 확보를 놓고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LG그룹이 아직까지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무게감 있는 새 성장사업을 키우지 못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4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올해 첫 경영행보로 LG그룹 연구개발의 심장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인공지능과 올레드(OLED), 자동차부품 등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갈 기술 분야 인재들을 직접 만났다.

구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신사업 관련 연구개발을 향한 각별한 관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대표이사로 부임하고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이 사이언스파크이고 가장 자주 방문한 곳도 R&D 현장이었다”며 “이는 최고의 LG를 위해 기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믿음과 최고의 R&D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실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국내 4위 규모의 대기업으로 ‘가전명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지만 반도체나 스마트폰, 5G 통신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그룹, SK그룹과 비교하면 그룹을 대표할 성장사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가전사업은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스마트시티사업 등과 연관 지을 수는 있지만 앞으로 열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중심이 되기는 쉽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룹을 대표할 새 성장사업을 찾는 일이 상당히 시급한 상황인데 구 회장이 꾸준히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점도 그룹의 미래를 놓고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사에서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인공지능이나 올레드, 전장,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사업 등이 중심사업으로 부각됐다. 전장사업과 올레드, 전장사업과 배터리사업, 인공지능 등은 대부분 연관성 있어 연구개발과 혁신을 통하면 LG그룹의 대표사업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의 바이오사업도 아직 초기 단계라 진입장벽이 낮고 성장성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구 회장은 권영수 LG 대표이사 부회장과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모두 모인 만찬 자리에서 기술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만큼 LG그룹 모든 계열사가 앞으로 그룹을 대표할 신사업을 발굴하고 키워내는 데 집중해 줄 것을 당부하면서 새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을 향한 구체적 지침을 전달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행사는 우수 연구개발 인력 유치를 위해 구본무 전 회장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해 온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이어받은 첫 번째 ‘LG 테크 콘퍼런스’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구 전 회장은 LG그룹의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LG 테크노 콘퍼런스에 매번 직접 참석하는 열정을 보였는데 구 회장 역시 구 전 회장의 의지를 이어받아 LG 테크 컨퍼런스를 다시 개최함과 동시에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진을 한 자리에 모았다.

앞으로 구 회장이 이끌어 갈 LG그룹의 미래가 연구개발을 통한 신사업 강화에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자리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구 회장 본인이 직접 든 것처럼 경영 첫 행보, 시무식 등 대부분의 행사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하면서 연구개발을 핵심 화두로 던지고 있는 점을 미뤄보면 구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