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보험상품의 실질 수익률을 공개하도록 하면서 보험업계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금융상품 실질 수익률 공개 방침이 생명보험사에 영향이 크고 특히 보장성 변액보험에서 보험금 지급부분을 제외하면 저조한 수익률로 보여져 상품 판매가 어렵다고 반발하고 있다. 
 
[오늘Who] 윤석헌, 실질수익률 공개로 생명보험사 압박 또 ‘한 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감원이 10일 공개한 ‘금융 소비자 중심의 실질 수익률 제공방안’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공통적으로 제공되는 표준서식이 마련된다.

표준서식은 올해 12월31일 기준 상품의 운용실적 보고서부터 일괄 적용된다.

표준서식을 마련한 주된 목적은 금융상품별 제공 정보와 서식을 통일해 금융상품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표준서식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항목을 통일적으로 제공하려는 것”이라며 “표준서식을 통해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 할 요소인 비용 및 납입원금 대비 실질 수익률 등 공통지표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표준서식 적용 방침을 놓고 생명보험업계에서는 변액보험의 일괄적 실질 수익률 공개와 관련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변액보험은 보험사가 납부된 보험료에서 사업비, 위험보험료, 보증비용 등을 떼고 난 금액을 펀드 등에 투자해 운용실적에 따라 투자성과를 보험계약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문제는 변액보험의 성격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변액보험은 수익률에 집중한 저축성 변액보험과 사망, 질병 등을 보장하는 보장성 변액보험으로 나뉘는 데 보장성 변액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순수 보장성보험과는 달리 보험료 일부의 운용에 따른 저축성보험의 성격이 여전히 남아 있다.

보험업계는 보장성 변액보험의 보장성을 강조하며 실질 수익률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장성 변액보험의 실질 수익률에는 사고 발생에 따른 보험금 등 고객을 위한 혜택 지급이 있는데도 전혀 고려되지 않아 보장성이 강할수록 만기까지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수밖에 없다”며 “실질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제시된다면 변액보험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변액보험 판매 감소는 생명보험사에 큰 부담이기도 하다. 생명보험사들은 2022년 도입되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하기 위해 변액보험의 판매 비중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 가입자에게 약속된 이율의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자산운용에 따른 수익을 나눠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부채를 늘리지 않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적용에 따른 자본 부담이 적다.

금감원은 순수 보장성보험은 실질 수익률 공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도 보장성 변액보험은 저축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실질 수익률을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보장성 변액보험은 실질 수익률 공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주장했지만 보험료 일부 운용에 따른 저축성이 남아 있는 만큼 실질 수익률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며 "대신 보험업계의 의견에 따라 사망, 질병 등 보험사고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 부분도 함께 기재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보험회사들은 그동안 보험금 지급 부분을 수익률 안에 포함해 전체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보여지게 했지만 금감원은 수익률과 보험금 지급을 섞지 말고 따로 분리해 표기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반면 보험회사들은 고객들이 사망이나 사고때 받는 보험금은 생각하지 않고 눈앞에 제시된 수익률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리 옆에 보험금 지급을 표기하더라도 낮은 수익률로는 상품 판매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실질 수익률의 투명한 공개는 윤 원장의 강한 의지다. 이번 금감원의 실질수익률 공개 방침도 윤 원장 실무진에 직접 도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은 지난해 9월에 마련된 ‘보험산업 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 참석해 “보험사는 보장 내용이나 명목 수익률만 강조하고 사업비와 실질 수익률은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