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임직원들을 보호하고 존중해 줄 인수자를 찾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한 뒤 롯데지주를 통해 전한 말이다. 
 
[오늘Who] 신동빈, 롯데 금융계열사 매각에서 '임직원 보호' 지킬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후보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지만 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만 북적거려 신 회장의 말을 지키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31일 투자금융업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예비입찰에는 두 회사를 실제로 운영할 전략적투자자보다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목적인 재무적투자자들이 더 많이 참여해 인수전이 가격 경쟁 양상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인수대결에 참여한 회사는 각각 10여 곳, 5여 곳이다. 

롯데카드 예비입찰에만 전략적투자자로 하나금융그룹과 한화그룹 등 2곳이 참여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MBK파트너스,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PE) 등 사모펀드로 대표되는 재무적투자자들이다. 

신 회장이 이번 예비입찰에 참여한 회사들 가운데에서 인수자를 선정한다면 전략적투자자가 응찰하지 않은 롯데손해보험은 물론 롯데카드마저도 재무적투자자들의 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한 뒤 장기적 운영비용까지 감안해야 하는 전략적투자자와 달리 재무적투자자는 적당한 시기에 회사를 팔아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수준까지 인수 가격을 높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재무적투자자의 손에 넘긴다면 두 회사 직원들의 입지가 크게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재무적투자자에 인수되고 다시 팔리는 과정에서 2번의 고용승계가 발생하는 데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직원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각각 1700여 명에 이른다. 

두 회사보다 업계 순위에서 앞서있는 KB국민카드(1500여 명)와 메리츠화재(1600여 명)보다 직원이 많다. 

신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여러 건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거쳤지만 계열사 매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고심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매각방식이 신 회장체제에서 롯데그룹 계열사 매각의 기준으로 자리잡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평소 직원을 아끼고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직원들도 신 회장의 이런 성격을 믿고 재무적투자자의 인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비입찰 결과에도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직원들이 아직은 사모펀드의 인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고용 문제에 민감한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 못지 않게 신 회장의 평소 스타일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이미지를 '따뜻하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왔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매각을 발표하며 직원들의 보호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점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 회장은 ‘뉴 롯데’ 를 만들기 위해 “활발하게 소통해 고객, 파트너사, 임직원 모두에게 사랑받는 기업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번 매각은 모든 직원이 사랑하는 '뉴 롯데'를 만드는 일의 첫 관문이 될 수도 있다. 신 회장은 어떤 결단을 보여줄까.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