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도체 진짜 실력 나올 때", 최태원 "삼성이 제일 무섭다"

문재인 대통령이 1월15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를 마친 뒤 기업인들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녹지원까지 산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삼성의 연구소와 공장에 초대하겠다는 뜻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이어진 반도체업황 악화를 이겨내기 위해 삼성전자가 '진짜 실력'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반도체사업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청와대 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가 끝난 뒤 기업인들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녹지원까지 25분 정도 산책을 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참가했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삼성과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다고 들었다"고 말을 꺼내자 이 부회장은 "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고 공부를 더 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는지 묻자 구광모 회장은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대답했다.

이 부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로 공장을 짓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화답하며 요즘 반도체업황이 좋지 않은데 어떤 상황인지 물었다.

이 부회장이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대답하자 최 회장은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시장에서 경쟁사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반도체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 가격이 내려 생기는 현상"이라며 "가격 조정을 받고 있지만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비메모리반도체분야 진출 현황에 관련한 질문도 했다.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청와대가 공개한 기업인과 대화 산책 관련 서면브리핑 대화 내용 전문이다.

- 김수현 정책실장 : 삼성, LG는 미세먼지연구소가 있답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습니다.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요?

- 구광모 LG 회장 : 그렇습니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습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대통령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 문 대통령 :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 거죠. 

- 서정진 회장 : 대통령님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약을 잘 안 먹습니다. 부작용 때문예요.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거라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겁니다.

- 문 대통령 :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 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입니다.

- 이재용 부회장 :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 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주십시오.

- 문 대통령 : 얼마든지 가겠습니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죠.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떻습니까?

- 이재용 부회장 :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

- 최태원 SK 회장 :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습니다.

- 이재용 부회장 : (최태원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이런, 영업 비밀을 말해버렸네. 

- 최태원 회장 : 반도체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으로 보시면 됩니다.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겁니다.

- 문 대통령 : 우리는 반도체 비메모리 쪽으로 진출은 어떻습니까?

- 이재용 부회장 :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입니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죠.

- 서정진 회장 :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정도밖에 못합니다. 저희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 백 조는 가져올 수 있습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습니다.

- 문 대통령 : 우리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습니다.

- 서정진 회장 : 헬스케어산업이 가장 큰 산업입니다. 일본은 1년 예산의 30%를 이 분야에 씁니다. 외국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합니다. 그리고 양심고백을 안 하죠.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