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혁신해야 한다. 모든 산업 분야의 혁신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발표한 2019년 신년사에서 꺼낸 말이다.
 
[오늘Who] 문재인, 기업에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호소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2019년 신년사에서 가장 주요한 정책 화두를 경제로 제시했다. ‘함께 잘 사는’ 포용적 경제 기조를 지킬 의지를 나타내면서도 이전보다 기업 친화적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3천 자 남짓한 2019년 신년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혁신’을 열두 차례 입에 담았다. 2018년 신년사에 혁신이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문 대통령이 2019년 신년사를 내놓은 장소와 배경을 살펴봐도 그가 경제정책의 방점을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 중심의 혁신성장으로 옮기고 있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9년 신년회는 정부에서 주관하는 신년회 가운데 처음으로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렸다. 정부 신년회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체로 열려왔던 것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회에 경제계 인사들을 대거 초청한 점도 이전과 다른 요소로 꼽힌다. 그는 신년사에서 직접 “경제인을 특별히 많이 모셨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앉는 ‘헤드테이블’ 인원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들어가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18년 신년회 당시 문 대통령과 다른 테이블에 앉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의 총수들도 신년회 초청을 받아 한자리에 처음으로 모였다.

청와대의 경제라인을 책임지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4대 그룹 총수들과 다른 경제단체장 등 경제인들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점도 눈에 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비롯한 4차산업혁명 연관 분야의 기업인들도 신년회 초청을 받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간편송금업계의 선두 서비스인 ‘토스’의 운영사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중소기업·벤처기업을 아우르는 경제인들 앞에서 “혁신이 있어야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저성장을 극복할 새 돌파구를 열 수 있다”며 “기업의 혁신과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공장 보급을 비롯해 데이터, 인공지능, 수소경제, 자율주행차 등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업이 신산업과 신기술에 더욱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제품이나 서비스에 규제를 일정 기간 면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2018년 신년사에서 경제정책과 관련해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등 추상적 언급에 그쳤던 점을 생각하면 기업 지원책을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약속한 셈이다.
 
[오늘Who] 문재인, 기업에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호소하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가운데줄 왼쪽에서 두번째), 최태원 SK그룹 회장(네번째), 구광모 LG그룹 회장(첫번째) 등 기업인들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9년 신년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과 기업 투자가 부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기업인들의 반발도 지속하는 상황을 생각한 행보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민생경제 회복을 2019년의 주요 목표로 제시한 만큼 기업에 혁신성장을 통한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협조를 요청할 발판도 깔고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신년회에서 사회통합형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시와 현대자동차에서 도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의견 차이로 현재 협상이 좌초 위기에 몰려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며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