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멀리 던져야 한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은 6일 새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미래를 '스마트시티'에 걸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


기업이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수치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스마트시티’사업이 지금 당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지만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그 단계마다 꽃을 피울 수 있는 사업이라고 봤다.

스마트시티가 한글과컴퓨터의 ‘미래’를 걸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한글과컴퓨터그룹은 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새 사업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글과컴퓨터의 모든 계열사가 ‘스마트시티’ 사업에 초점을 맞춰 전력투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마트시티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전자정부 등 행정, 교육, 공해, 조명, 자율주행 등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미래형 도시다. 

그동안 정보통신기술이 도시의 효율성을 높여준 도구였다면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들이 도시 전체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스마트시티의 바탕이 될 음성인식,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로봇, 보안,  통합플랫폼 등 분야의 기술을 지니고 있다.

스마트시티사업을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들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은 일찍부터 4차산업혁명을 ‘중견기업’ 한글과컴퓨터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봤다.

김 회장은 2017년 1월 한글과컴퓨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워크샵에서 “4차산업혁명 시대는 한글과컴퓨터 그룹에 무한한 기회”라며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차별적 경쟁력이 한글과컴퓨터에 있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는 “한글과컴퓨터는 앞으로 소프트웨어를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사업에 진출하겠다”며 “대한민국 기업 가운데 스마트시티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글과컴퓨터”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스마트시티사업으로 ‘개방, 공유, 협력’이라는 한글과컴퓨터그룹의 경영철학을 실현하고 해외진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글과컴퓨터는 서울형 스마트시티의 해외 진출을 위해 출범한 서울 아피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음성인식,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로봇, 통합 플랫폼 등 서비스의 일부분을 담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018년 2월 ‘MWC2018(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 40~50명에 이르는 평소보다 4배 정도 많은 인원과 규모로 부스를 차리고 스마트시티 플랫폼과 서울형 스마트시티 전시회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가 4차산업혁명에 따른 시장의 변화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내부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글과컴퓨터는 2014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1위 기업인 ‘MDS테크놀로지’를 인수했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기기에 내장돼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기술로 꼽힌다.
 
2015년 한컴GMD를 통해 국내 1위 모바일 포렌식 전문기업 지엠디시스템을 인수했고 2017년에는 국내 안전장비분야 점유율 1위 회사인 ‘산청’과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 ‘코어벨’을 품에 안았다. 

산청은 국내 호흡기와 마스크, 보호복 분야에서 140여 건의 특허기술을 개발한 회사로 한글과컴퓨터는 이 인수로 스마트시티의 안전 분야에 필요한 기술력도 확보하게 됐다. 

한글과컴퓨터는 2016년까지 매출의 대부분을 ‘한컴오피스’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에서 거두면서 국내 공공기관에 실적 의존도가 높았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공공기관을 포함한 국내 오피스 소프트웨어시장 점유율이 30%정도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2017년 7월 산청을 인수합병한 뒤 보호복과 호흡기,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 사업이 연결실적에 반영되면서 2018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오피스 소프트웨어 매출이 전체 매출의 52.9%, 제조 및 기타부문이 38.1%를 차지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국내 오피스 소프트웨어시장에서는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11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을 내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95.9%, 영업이익은 48.6% 증가했다. 

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고 4차산업혁명과 5G시대를 맞아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오피스 소프트웨어시장이 재편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국내 스마트시티 관련 시장은 2018년 95억 원 규모에서 2021년 151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교통부의 국내 스마트시티 도입 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전국 80여 개 지방자치단체에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보급해 도시안전망,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능 등이 포함된 복합 신도시들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글과컴퓨터는 한컴오피스의 해외진출을 통한 성장성보다는 새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인식과 통역사업, 스마트시티에 관심을 들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시티사업은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어 아직까지 큰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글과컴퓨터가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앞으로 산업 성장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