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JB금융그룹의 성장 토대를 닦으며 연임이 유력한 상황에서 ‘용퇴’를 결정했다.

김 회장 뒤를 이을 새 J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이 떠오르는 가운데 구체적 윤곽은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있다.

◆ JB금융지주 초석 닦은 김한, 박수칠 때 떠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54년 생으로 금융업계에서 아직 은퇴할 나이가 아닌 시점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용단’을 내렸다.
 
[오늘Who] 박수칠 때 떠나는 김한,  JB금융지주 후계자는 '안갯속'

김한 JB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1946년 생)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1952년 생),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1954년 생),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1955년 생) 등 다른 금융지주 회장과 비교해도 아직 경영일선에서 뛰기에는 나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김 회장은 현재 몸 건강에도 별다른 이상은 없으며 당분간 휴식을 취할 것으로 전해졌다.

JB금융 관계자는 “직원들도 모두 당황할 만큼 급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김 회장 스스로는 오랫동안 마음에 두고 있던 결정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거취와 관련해 아무 것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0년 전북은행장을 맡은 뒤 JB금융지주 전환과 계열사 인수합병, 순이익 증가 등을 순조롭게 이끌며 경영성과에서 어느 것 하나 흠잡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3년부터 JB금융지주 회장을 맡았으며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 광주은행,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JB금융지주의 초석을 닦았다.

이 과정에서 JB금융지주 순이익은 지난해 2644억 원으로 출범 당시였던 2013년(347억 원)보다 7.6배가량 불었다.

지방금융지주 최초로 해외 은행을 인수하고 수도권에서 영업을 확대하면서 지방금융지주의 한계를 넘기 위한 포석도 깔아뒀다.

10월에 광주은행을 100% 자회사로 만드는 작업도 모두 마치면서 JB금융지주의 ‘투 뱅크’ 체제를 완전히 갖춘 만큼 그동안 쌓아온 토대를 바탕으로 ‘과실’을 따면 되는 시점에서 물러난 셈이다.

김 회장은 JB금융그룹 성장의 토대를 닦겠다는 본인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한 데다 최근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이 연임하는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불거지면서 그룹이 흔들리는 상황을 지켜본 만큼 결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 JB금융, 김한 빈자리 메울 새 얼굴 찾기 첫 걸음

JB금융지주와 전북은행 등 그룹 계열사 안팎에서는 갑작스러운 김 회장의 사임 의사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다.
 
[오늘Who] 박수칠 때 떠나는 김한,  JB금융지주 후계자는 '안갯속'

임용택 전북은행장(왼쪽)과 송종욱 광주은행장.


김 회장이 재임기간에 보여준 실적뿐 아니라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단 한 번도 지배구조와 관련된 ‘잡음’이 불거지지 않는 등 안정적 리더십도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JB금융지주 최대주주인 삼양그룹의 오너 일가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지주와 비교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았던 요인으로도 꼽힌다.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사가 JB금융지주 지분 8.3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김 회장은 김연수 삼양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상협 전 국무총리의 외아들이다. 김윤 삼양그룹 회장과는 사촌형제다.

JB금융지주로서는 김 회장의 뒤를 이어 JB금융지주의 본격적 성장세를 이끌 경영능력과 수장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을 빠르게 안정시킬 리더십을 두루 갖춘 ‘새 얼굴’을 찾는 작업이 시작된 셈이다.

JB금융지주는 임원추천위원회를 꾸려 새 회장을 선임하기 위한 논의를 서둘러 시작했지만 아직 외부 공모 여부나 구체적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BNK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등 JB금융지주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지방지주들은 초대 회장이 물러난 뒤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외부 출신 회장들이 선임됐지만 오랜 시간 진통을 겪어야 했다.

이를 감안하면 내부 출신 인사인 임용택 전북은행장과 송종욱 광주은행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꼽힌다.

두 사람은 JB금융지주의 두 날개를 맡고 있는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각각 이끌고 있는 인물들로 두 사람 모두 김 회장과 마찬가지로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친다.

다만 임 행장은 1952년 생으로 김 회장보다 나이가 많아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겠다’는 김 회장의 뜻에 걸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온다.

송 행장은 광주은행 출신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JB금융지주가 전북은행을 모태로 출범한 만큼 전북은행측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물론 김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과감하게 연임을 포기한 만큼 JB금융지주도 외부 출신 인사를 적극 영입해 새로운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이제 임추위가 꾸려진 만큼 이사회에서 구체적 내용을 논의할 것”이라며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자회사 대표이사들의 임기 등을 감안하면 빠른 시일 안에 새 회장을 선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