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올해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연임에 성공하는 CEO(최고경영자)들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올해 수익이 고꾸라진 데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보다 1년 미뤄진 2022년에 도입되기로 바뀌면서 올해 임기를 마치는 보험사 CEO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험회사 CEO 장수는 옛말, 대규모 교체 바람 거셀 가능성 높아

▲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올해 경기불황 등에 영향을 받아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연임에 성공하는 CEO(최고경영자)들이 지난해와 비교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초에 국내 증시에 상장한 보험사 12곳의  CEO 가운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2곳을 제외한 모든 상장 보험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연임에 성공하는 등 안정에 초점을 뒀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각 보험사들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기존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자본 확충을 하는 등 체질 개선 작업에 집중하면서 안정성에 초점을 뒀다.

또 호흡이 긴 보험업의 특성상 대표이사의 자질 가운데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만큼 한번 CEO에 오르면 긴 기간을 일하는 경향이 짙었다.

다만 올해 보험사들의 순이익 규모가 전반적으로 악화되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손해보험사들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9163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줄어들었다.

생명보험사들은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4조388억 원을 거둬 1년 전보다 6% 늘었다. 다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처분 이익(1조958억 원)이 반영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22.74%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최근 보험산업에도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보험산업의 미래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갖춰야 할 역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상품을 온라인·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과 결합해 소비자에게 더 쉽고 간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4차산업혁명보다 한 발 더 앞설 수 있는 통찰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초 현성철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과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 등 50대 CEO들이 등장하면서 ‘세대교체’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는 말도 나왔다.

게다가 올해 10여 명이 넘는 보험사 CEO들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대규모 인사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말과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상장 보험사 CEO들을 살펴보면 이철영 현대해상 부회장과 박찬종 현대해상 사장, 박윤식 한화손해보험 사장, 권중원 흥국화재 사장,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과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사장 등이다.

이 밖에 서기봉 NH농협생명 사장과 오병관 NH농협손해보험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은 12월에 임기를 마치고 이병찬 신한생명 사장,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 김동주 MG손해보험 사장 등도 내년 3월에 임기를 마친다.

보험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히 보험 전문가라는 점이나 실적 평가보다는 다른 업종과의 협업을 놓고 유연한 전략을 펼쳤는지, 체질 개선에 얼마나 진전이 있었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시기”라며 “다만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올해 연임하지 못한 CEO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