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 아들이 앞으로 이 기업을 이끌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2006년 12월8일 제주도에서 진행한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해 독립한 2년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오늘Who] 허창수 아들 허윤홍, GS건설 신사업 맡아 후계대열에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그로부터 12년이 지나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전무는 2018년 연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허윤홍 부사장이 앞으로 GS건설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장기적으로 GS그룹의 후계구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GS건설은 27일 허윤홍 전무의 승진인사를 발표하며 “허 전무는 2005년 GS건설에 입사해 재무팀장, 경영혁신담당, 플랜트공사담당, 사업지원실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 전반의 경험을 쌓았다”며 “현재 신사업추진실장으로 GS건설의 미래사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부사장이 GS그룹을 이끌 후계자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만큼 GS건설 신사업에 앞으로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재벌가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통상 신사업을 맡아 힘쓰는 사례가 많았다. 기존 사업보다 구체적 성과를 내기 쉬운 측면이 있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GS건설 역시 7월 신사업추진실을 새로 만들고 허윤홍 전무를 실장으로 앉힌 뒤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직급을 부사장으로 올려 힘을 실었다.

GS그룹은 아직 후계구도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대표적 대기업으로 꼽힌다.

GS그룹은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뒤 허창수 회장이 계속해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LG그룹이 장자 승계, 두산그룹과 LS그룹이 형제경영에 이은 사촌경영의 원칙을 마련한 것과 달리 GS그룹은 뚜렷한 후계구도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허윤홍 부사장은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등과 함께 장기적으로 GS그룹을 이끌 후계자 후보로 꼽히는데 이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

허윤홍 부사장이 오너 일가 3,4세 사이에서 경영권 승계 입지를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신사업 성과가 중요할 수 있는 셈이다.

GS건설은 현재 신사업 투자를 강화할 여건도 마련돼 있다.

GS건설은 2018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 확실시된다. 2017년 말 323%에 이르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3분기 기준 249%까지 낮아졌다.

GS건설은 현재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사업,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등 스마트사업, 투자개발형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GS그룹은 2023년까지 주요 사업에 모두 2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에너지부문에 14조 원, 건설부문에 2조 원을 투입한다.

GS건설이 주요 신사업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플랜트사업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의 대규모 추가 지원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GS그룹은 27일 인사에서 사장 1명과 부사장 6명 등 7명의 승진인사를 냈다. 이 가운데 부사장 4명이 GS건설에서 나와 GS건설에 힘을 싣기도 했다.

GS건설은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와 지분관계로 직접 엮여 있지 않아 지주회사 체제에서 한 발 비켜나 있다. GS건설은 국민연금공단(10.98%)을 제외하면 허창수 회장이 9.4%를 보유해 사실상 최대주주다.

허윤홍 부사장이 허창수 회장의 외아들인 만큼 GS그룹 전체를 승계하지는 않더라도 GS건설을 이어받을 가능성은 큰 셈이다.

허윤홍 부사장은 7월 GS건설 주식 15억 원어치를 장내 매수해 지분율을 0.22%에서 0.24%로 높였다. 반면 허윤홍 부사장의 5촌 당숙(아버지 사촌)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6촌형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4월 들고 있던 GS건설의 지분 절반씩 매도해 지분율을 각각 0.04%와 0.03%로 낮췄다.

허윤홍 부사장의 지분율은 아직 높지 않지만 오너 일가의 다른 3, 4세들이 GS건설 지분을 줄인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허윤홍 부사장은 1979년 생으로 서울 한영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교에서 국제경영학을 전공했다. GS건설에서 일하며 미국 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도 받았다.

2002년 GS칼텍스를 시작으로 GS그룹에서 일했는데 입사 초기 현장에서 직접 주유원으로 일하는 등 경영수업을 엄격하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 사업 외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