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사장단 회의에서 화두로 ‘쿠팡의 혁신’을 내걸었다. 그는 쿠팡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것을 놓고 위기감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이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다. 롯데그룹의 물류와 간편결제사업에서 대대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오늘Who] 신동빈, 롯데 물류와 엘페이로 'e커머스' 향해 달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이 e커머스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물류와 엘페이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9년 3월까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합병한다고 27일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이에 앞서 21일 이사회를 열고 충청북도 진천군 초평은암산업단지에 있는 부지를 사는 안건도 의결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택배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고 질적 성장을 위한 기반을 확보하겠다”며 이 곳에 중부권 메가허브터미널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 부지를 매입하는 데 들이는 돈은 모두 2973억 원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분기 말 기준으로 14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신 회장의 물류사업을 향한 의지가 반영된 투자임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의 합병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왔던 시나리오다. 

물류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대표적 사업이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굳이 물류회사를 2곳 거느릴 필요가 없다고 업계는 바라봤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와 롯데로지스틱스를 아우르는 물류 통합연구소를 세우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27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도 매각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이 일반지주회사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데 따른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카드의 외부 매각을 놓고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이 앞으로 금융산업의 중심축도 간편결제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판단하고 롯데카드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페이를 운영하는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엘페이를 처음 출시할 때는 롯데카드와 제휴를 맺기도 했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롯데카드의 경영 노하우 등을 적용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롯데멤버스가 2015년 롯데카드로부터 독립한 뒤부터는 다른 외부 제휴사를 꾸준히 확보하는 등 간편결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어 롯데그룹의 롯데카드 매각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2018년 3분기 말 기준으로 지분 93.9%를 쥐고 있는 롯데멤버스를 통해 자체적 간편결제 엘페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엘페이 사용자는 신용카드나 현금 없이 앱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고 자동으로 엘포인트도 적립받을 수 있다.

엘페이는 신 회장의 역작으로 불린다. 
 
[오늘Who] 신동빈, 롯데 물류와 엘페이로 'e커머스' 향해 달린다

▲ 롯데멤버스의 엘페이 이미지.


신 회장은 엘페이와 관련해 임직원들에게 “간편결제 엘페이는 그룹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고객들이 엘페이의 편리함을 생활 어디서든 경험해볼 수 있도록 서비스의 규모와 질을 모두 확대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고객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언제, 어디서든 쇼핑할 수 있도록 ‘옴니채널’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옴니채널을 구축하려면 결제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간편결제는 e커머스사업 확대의 핵심으로 꼽힌다. 

엘페이는 2015년 출시된 뒤 지금까지 누적 결제 규모가 2018년 상반기 기준으로 1조 원을 넘어섰다. 회원 수는 250만 명 정도다.

엘페이의 회원 수는 네이버페이와 비교하면 10%정도 수준이지만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와 모두 가맹계약을 맺어 가맹점 수가 약 10만여 곳에 이르러 성장 잠재력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이 물류사업과 엘페이에 힘을 실으면서 쿠팡과 신세계 등과 벌이는 유통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쿠팡은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준다’는 로켓배송에서 더 나아가 자정 전에 주문하면 아침 7시 전에 배송해주는 새벽배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쿠팡은 최근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 투자를 유치하며 물류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또 자체적 간편결제 서비스도 제공하면서 고객 이탈율을 낮추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10월23일 e커머스 등 온라인사업을 확대하고 복합쇼핑몰을 개발하는 데 향후 5년 동안 12조5천억 원을 쓰기로 했다. 신 회장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류사업과 간편결제사업을 재정비해 e커머스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신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