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 뒤 한반도 문제를 놓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회장은 재단법인 ‘한반도평화만들기’를 기반으로 언론인이나 경영인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홍석현, 중앙일보 JTBC 손떼고 한반도 문제에서 정치인 입지 다져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


20일 재계에 따르면 홍 회장은 아들 홍정도 중앙그룹 사장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작업을 마무리한 뒤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홍 회장은 2017년 3월 JTBC 회장과 중앙일보 회장에서 물러나며 중앙그룹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19일 아들인 홍정도 사장이 중앙일보 발행인까지 겸하게 된 것은 사실상 중앙그룹 승계에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홍 회장은 중앙그룹 회장이 아닌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으로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한반도의 평화 달성을 위한 사회적 기반과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인이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달성을 위한 기획·연구사업, 대북 지원 및 교류협력사업 등을 한다.

홍 회장은 2017년 11월 한반도평화만들기를 세운 뒤 언론에 남북관계와 관련한 발언을 지속적으로 쏟아내고 있고 올해 9월에는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의 일원으로 북한에도 방문했다. 또 최근에는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홍 회장은 1978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유학하던 시절 여성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이 북한에 다녀와서 쓴 책을 읽고 처음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뒤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여러 학술, 문화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런 단체들을 통합해서 설립한 것이 한반도평화만들기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앞으로 홍 회장이 한반도 문제에서 실천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평화만들기는 참여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사진으로 제32대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석동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이 포진돼 있다.

고문으로는 이흥구 국무총리, 정의화 전 국회의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고은 시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반도평화만들기 설립이 홍 회장의 정치권 진출을 위한 사전작업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많은 유력 정치인들이 싱크탱크를 통해 만든 정책을 통해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06년 ‘21세기 실학운동’이라는 슬로건 아래 비영리단체인 ‘희망제작소’를 세웠는데 박 시장의 싱크탱크로 유명해졌다. 박 시장이 7년 동안 서울 시정을 총괄하면서 쏟아낸 정책의 많은 수가 희망제작소의 아이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민시대’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동아시아미래재단’도 정치인의 대표적 싱크탱크로 유명하다.

홍 회장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돌 만큼 정치권에서 영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특히 마땅한 인물이 없는 보수세력을 다시 규합해줄 인물로 자주 꼽힌다. 중앙일보의 사주이면서도 JTBC를 기존 언론의 대안으로 키워내면서 진보진영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홍 회장은 지난해 JTBC 회장과 중앙일보 회장을 물러나면서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의 답을 찾을 것”이라며 “이런 해법들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를 실제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가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