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애플을 상대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협상력을 키우기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중국 경쟁사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챗GPT 제작> |
다만 CXMT와 YMTC 등 중국 경쟁사의 애플 공급망 진입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 만큼 중장기 수혜를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2일(현지시각)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026회계연도 4분기(7~9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터너스 CEO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2027년까지 지속되면서 부품 원가 부담이 앞으로 여러 분기에 걸쳐 애플의 수익성을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애플 주요 협력사의 D램과 낸드플래시 판매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재차 확인해준 셈이다.
애플은 이전까지 스마트폰과 PC 등 전자제품 시장에서 막대한 메모리반도체 구매 물량을 앞세워 강력한 가격 협상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이 이어지자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단가와 물량 책정에 훨씬 유리한 위치에 놓였다.
애플은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1144억8천만 달러(약 164조 원), 매출총이익률 47.9%를 기록했다.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역대 회계연도 4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7회계연도 1분기(2026년 10월~12월) 매출총이익률 전망치는 45~46%로 제시했다. 연말 성수기 효과에도 메모리반도체 원가 상승이 수익성 악화를 이끌 것이라는 예측이 반영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연구원은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자본력을 반도체 재고 확보에 활용하고 있는지 물었다.
애플은 지난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제조 공급망 구매 약정 규모가 330억 달러(약 42조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가격 상승에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격 상한선과 하한선 등 조건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제조사에 유리하게 설정되었을 공산이 크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10월30일 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 가장 높은 단가를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 중국 CXMT의 DDR5 D램 홍보용 이미지. <CXMT> |
트렌드포스는 4분기에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와 중국 CXMT도 단가를 인상해 삼성전자와 격차를 좁히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0곳의 고객사와, SK하이닉스는 14곳의 고객사와 메모리반도체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를 장기 계약으로 판매하면 수년 뒤 업황 악화로 가격이 하락했을 때도 일정 수준의 단가를 유지할 수 있어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기여할 공산이 크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CXMT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경쟁사와 유사한 가격대로 D램을 판매하며 장기 공급계약 체결 사례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이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장기화로 수익성에 계속 악영향을 받는다면 결국 CXMT와 공급 협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7월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CXMT나 YMTC 등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를 탑재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로비해 왔다.
CXMT와 YMTC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 기업이라 애플이 반도체 테스트를 비롯한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단가도 만만찮게 높고 기술력도 비교적 떨어져 애플이 무리하게 공급 협력을 추진해야 할 이유가 크지 않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공급사가 늘어나면 애플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이를 계기로 중국 제조사들의 반도체 시설 투자 확대를 자극해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는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일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 글로벌 시장의 공급 부족을 완화하고 고객사들에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한다”고 보도했다.
애플과 중국 정부 및 반도체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한 셈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애플에 강력한 가격 협상력을 유지하며 메모리반도체의 단가를 높이는 일은 중국 경쟁사의 성장 기회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기업들이 순조롭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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