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5일제와 임금 인상 등 산별교섭 전반이 난항을 겪는 데다 정부 정책과 맞물린 금융기관 지방이전 문제까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노사가 주요 쟁점에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통상 추석 전에 마무리됐던 교섭이 올해는 연휴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 금융권 노사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금융노조 1차 총파업 집회 모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가 이달 30일 예고한 2차 총파업을 실행하면 사상 처음으로 한 해 두 차례 산별 총파업을 벌이게 된다.
금융노조는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2026 금융노조 지방이전 저지 및 교섭파행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주4.5일제 도입과 금융기관 강제이전 중단, 실질임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8일부터 철야 농성을 이어온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삭발한 뒤 혈서로 작성한 요구서를 사용자 측에 전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금융노조는 정부와 사용자 측의 전향적 변화가 없으면 2차 총파업은 물론 이후에도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앞서 금융노조는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1차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조합원들이 주축을 이룬 가운데 금융노조 추산 약 3만 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 차원의 산별 총파업 자체가 매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한 해 두 차례 총파업을 결행하려면 조합원의 참여 동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금융소비자 불편에 대한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금융노조는 과거에도 2차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교섭 상황과 대외 여건 등을 고려해 실행을 앞두고 유보하거나 연기했다.
2014년에는 사측과 교섭이 진행되면서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2차 총파업을 유보했다. 2016년에는 정권퇴진 운동에 힘을 모으기로 하면서 2차 총파업을 보류했고 2022년에는 금융소비자 불편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2차 총파업을 잠정 연기했다.
다만 올해는 1차 총파업 이후에도 교섭에 뚜렷한 진전이 없어 과거처럼 2차 총파업 카드를 거둬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는 1차 총파업 이후에도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임금 인상과 주4.5일제, 지방이전 등 주요 쟁점에서 타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제시안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매해 진행하는 임금협상에 2년 주기의 단체협약 개정까지 겹치면서 협상 테이블에 오른 안건도 예년보다 많다. 임금 인상뿐 아니라 주4.5일제와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개선 등 노동환경 전반이 논의 대상이다.
임금협상에서도 노사 사이 간극은 여전히 크다. 금융노조는 임금 인상 요구를 기존 8%에서 6%로 낮춘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사용자협의회는 2.5% 인상안을 유지하고 있다. 주4.5일제 등 다른 주요 쟁점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방이전은 산별교섭만으로 해법을 마련하기 어려워 협상 타결의 문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임금 인상률과 근로시간은 노사가 구체적 조건을 조정하며 절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면 금융기관의 이전 여부와 대상 지역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사용자협의회가 교섭 과정에서 독자적으로 해법을 내놓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노조로서도 지방이전 문제에서 쉽게 물러서기는 어렵다. 이전이 조합원의 주거와 자녀 교육, 가족의 생활 기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전문인력 이탈과 금융산업의 집적 효과 약화로 정책금융 기능과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산별교섭과 대정부 협의를 병행하고 있다.
산별교섭에서는 기관이 본사나 본점을 이전할 때 노조와 사전에 합의하도록 하고 이전 방식과 조합원의 근로조건, 지원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정부 차원에서는 양대 노총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노정협의를 이어가며 금융기관의 특수성과 이전에 따른 영향을 정부 계획에 반영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늦어지는 가운데 산별교섭과 노조의 반대 투쟁이 추석 연휴 이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추석 전에 마무리됐던 산별교섭이 올해는 예년보다 길어지는 셈이다.
정부의 금융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안은 애초 8월 말이나 9월 초 계획이 발표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8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계획을 마련하겠다며 확정 시점으로 10~11월경을 언급했다.
| ▲ 통상 추석 전에 마무리됐던 금융노조의 산별교섭이 올해는 연휴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이 18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삭발하고 있는 모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
금융노조는 계획 발표가 늦춰진 것을 정부의 지방이전 기조가 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전 대상과 지역이 확정되기 전인 지금을 정부 계획에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시기로 보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방이전 계획이 발표된 뒤에는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아직 확정되지 않았을 때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양대 노총 공동대책위원회를 통해 국토교통부와 노정협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30일 2차 총파업 여부는 남은 교섭에서 노사가 주요 쟁점의 접점을 찾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면 과거처럼 파업이 유보될 여지도 있다.
다만 2차 총파업이 유보되거나 임금·단체협약이 타결되더라도 지방이전을 둘러싼 갈등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금융기관을 이전 대상에 포함하면 노정 갈등은 물론 이전 방식과 근로조건, 지원방안을 둘러싼 노사 협의도 이어질 수 있다.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은 18일 결의대회에서 “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확답이 나올 때까지,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하겠다”며 “이번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차 총파업까지 명절을 앞두고도 투쟁을 끝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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