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가 하반기 들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이 다시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해외주식 직접투자에서 미국주식 매수세가 되살아난 데 이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시장에서도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 ▲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가 2026년 6월 6억3300만 달러에서 7월 46억42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연합뉴스> |
반면 정부가 ‘서학개미’의 국내 증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는 신규 가입 증가세가 둔화하고 잔고도 줄면서 초기 흥행 열기가 시들한 모습이다.
30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28일 기준 최근 한 달 개인투자자는 TIGER 미국S&P500을 6528억 원어치 순매수해 전체 ETF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였다.
KODEX 미국나스닥100이 4148억 원으로 개인 순매수 2위에 올랐고 KODEX 미국S&P500은 3611억 원으로 4위, TIGER 미국나스닥100은 2856억 원으로 5위를 차지했다.
개인 순매수 상위 5개 ETF 가운데 4개를 S&P500과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미국 대표지수 상품이 차지했다.
전체 자금 흐름으로 봐도 미국 대표지수 ETF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최근 한 달 TIGER 미국S&P500에는 1조1013억 원이 유입돼 전체 ETF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KODEX 미국나스닥100은 7276억 원으로 3위, TIGER 미국나스닥100은 6727억 원으로 5위에 올랐다.
해외주식 직접투자에서도 서학개미의 미국 증시 복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외화증권 통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6억42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올해 4월(-4억6900만 달러)과 5월(-9억4천만 달러) 미국주식을 순매도하다 6월(6억3300만 달러) 순매수로 돌아선 뒤 7월에는 순매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내 증시 상승세가 가팔랐던 시기 미국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로 돌아왔던 투자자들이 코스피 변동성이 확대되자 다시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시장복귀계좌(RIA)는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RIA 가입계좌 수는 5월29일 27만6609좌에서 6월26일 31만3594좌, 7월31일 32만8079좌로 늘었다. 다만 한 달 사이 증가한 계좌 수는 6월 3만6985좌에서 7월 1만4485좌로 크게 줄었다.
자금 규모도 줄었다.
RIA 총잔고는 5월29일 2조5839억 원에서 6월26일 2조6560억 원으로 늘었지만 7월31일에는 2조1292억 원으로 한 달 사이 5268억 원 감소했다.
국내자산 잔고도 6월26일 2조1351억 원에서 7월31일 1조7485억 원으로 3866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외주식 누적매도대금은 2조105억 원에서 2조1073억 원으로 968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RIA 가입계좌 자체는 계속 늘고 있지만 신규 가입 속도가 둔화하고 잔고도 감소하면서 제도 도입 초기 나타났던 해외주식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 움직임도 힘이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 ▲ 코스피지수가 28일 전날보다 1.79%(123.49포인트) 내린 6788.88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
코스피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1월2일 종가 4309.63으로 시작해 6월에는 9천 포인트를 넘어섰다. 6월22일 코스피지수는 9114.55로 장을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약 6개월 만에 지수가 111.5% 뛰었다.
하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도입의 후폭풍과 인공지능(AI) ‘버블’ 우려, 미국과 이란 전쟁 장기화, 외국인투자자 이탈 등이 겹치면서 7월 말에는 지수가 5천선까지 떨어졌다.
7월30일 코스피지수는 5593.56으로 장을 마감해 6월 최고점과 비교해 한 달여 만에 38.6% 급락했다. 28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79%(123.49포인트) 내린 6788.88에 장을 마쳤다.
반면 미국 대형주를 담은 S&P500은 2026년 들어 8월27일까지 12.93%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도 같은 기간 17.39% 상승했다. 두 지수 모두 8월 들어서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등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표 지수 ETF 매수세 증가는 국내 증시 급락이 만든 피난 수요와 미국 증시의 사상 최고치 랠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표지수는 상대적으로 등락이 작고 장기 성과가 검증된 데다 환율 하락은 '같은 자산을 더 저렴하게 담는' 진입 시점의 매력을 추가했다”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