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증시가 코스피 9천 시대를 맞은 가운데 코스피 시가총액 1위도 26년 만에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통주)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위에 오른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코스피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은 가운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합산 시총이 코스피 전체의 60%를 넘어설 가능성도 나온다.
| ▲ 22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사진은 이날 정규거래 마감 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연합뉴스> |
다만 오를 종목만 오르는 종목 쏠림, 이른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면서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빚을 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개인이 불어난 점도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22일 코스피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직전 거래일보다 5.61%(15만5천 원) 오른 291만9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SK하이닉스 시총은 2080조3782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보통주)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0.14%(500원) 내린 35만3500원에 장을 마쳤다. 시총은 2066조6595억 원으로 SK하이닉스에 14조 원 가량 뒤졌다.
코스피 시총 1위가 바뀐 것은 26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2000년 11월21일 한국통신공사(현재 KT)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위에 올라 지금껏 왕좌를 지켜왔다.
인공지능(AI) 사이클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호황이 국내 자본시장의 판도를 뒤흔든 것으로 평가된다.
반도체 '톱2'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도 코스피의 과반을 넘어, 60%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7449조5928억 원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합산 시총은 4147조377억 원으로 전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7%에 이른다.
두 종목 주가에 연동되는 SK스퀘어(시총 3위)와 삼성전자우(시총 4위)를 포함한 시총 상위 4종목 비중은 61.6%로, 이미 60%를 넘어섰다.
이처럼 코스피 반도체주가 국내 증시 성장세를 이끄는 가운데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에서도 대형 반도체주를 제외한 종목들은 대부분 소외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보다 0.69% 오른 9114.55에 마감하며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으나 코스닥은 0.19% 오른 968.40에 그쳤다. 코스피 지수가 9천을 넘어섰음에도 코스닥 지수는 여전히 1천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코스피 안에서도 주도주 쏠림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날 코스피 상장종목 946개 가운데 주가가 오른 종목은 148개로, 전체의 15.64%에 그쳤다.
하락 종목은 742개로 상승 종목의 5배를 넘었다.
반도체 쏠림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22일 기준 두 종목의 국내 ETF 편입 금액은 합산 273조5214억 원에 이른다. 국내 전체 ETF시장 규모가 500조 원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셈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이후 코스피 강세장에서 가장 먼저 늘어난 것은 개인의 ETF 순매수"라며 "개인 투자자의 ETF 투자 증가가 코스닥과 중소형주 소외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개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형 ETF 순매수 상위 15개는 반도체 톱2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형 ETF 순매수의 약 73.4%를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이처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비중이 비대해지면서 이들 종목이 주춤할 때 증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난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된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본주)의 일간 수익률을 매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2배 익스포저를 유지하기 위해 본주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파는 '추세 추종형' 매매를 장중 내내 반복하게 된다. 매매 가격이 한 방향으로 밀릴수록 같은 방향 매매가 더 커지는 구조라 작은 충격도 큰 변동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해외에서도 두 종목의 변동성 확대를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칼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이 밈 주식이 될 운명에 처했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업황 지속 기간이나 성장 규모가 조금만 바뀌어도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사상 최대 수준인 점도 우려를 키운다.
|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 전체 5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8조478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는 의미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규모가 크게 늘었다.
19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 잔고는 약 2326만 주, SK하이닉스는 약 330만 주로 집계됐다. 이는 각각 1년 전보다 67.6%와 150% 늘어난 수치다.
개인 수급이 두 종목에 집중되면서 반도체업종이 조정국면에 접어들 경우 반대매매에 따른 증시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반대매매는 주가가 하락해 담보금액이 부족해질 때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기존에 반도체주를 들고 있지 않던 개인들이 포모(FOMO,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빚을 내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 주가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높다.
반도체주가 급락한 이달 9일에는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이 10.5%까지 올라 최근 1년 사이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거품 장세에서 주도주 쏠림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역사적으로 거품 랠리 후반부에는 주도주로 수급이 쏠리는 현상이 반복됐다"며 "오히려 종목 확산이 일어난다면 랠리가 끝나간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