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중앙그룹과 BGF그룹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왼쪽)과 홍석조 BGF그룹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앙그룹과 BGF그룹의 오래된 관계가 중앙그룹의 유동성 위기에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중앙홀딩스는 서울 성북동 부동산을 BGF에 넘겼고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개인적으로 보유한 BGF 지분을 모두 팔았다. 삼성그룹에서 함께 떨어져 나온 뒤 각자의 길을 걸어온 중앙그룹과 BGF그룹의 잔여 고리가 이번 위기 국면에서 하나씩 풀리는 모양새다.
19일 재계와 유통업계 동향을 종합하면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석조 BGF그룹 회장 사이에 남아 있던 BGF 관련 지분·자산 관계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앙그룹은 최근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중앙일보가 18일 220억 원 규모 기업어음(CP) 조기상환 요청을 이행하지 못해 1차 부도 처리되면서 자금난은 그룹 핵심 계열사로 번졌다.
중앙일보는 채권자의 어음 지급 제시가 있었지만 예금 부족으로 결제 대금을 변제하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이번에 부도 처리된 어음은 한양증권이 보유한 중앙일보 기업어음이다.
JTBC도 12일 206억 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만기 안에 상환하지 못했다. 이후 중앙홀딩스,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중앙피앤아이 등 5개사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중앙그룹 5개사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며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중앙그룹이 보유 자산과 재무구조를 둘러싼 압박을 본격적으로 받는 국면에 놓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BGF는 중앙그룹의 자산 유동화 과정에 두 차례 등장했다.
중앙홀딩스는 2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BGF에 매각했다. 거래 대상은 5252㎡ 규모 토지와 지상 2층 단독주택 한 동으로 매매대금은 351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석현 회장은 이와 별도로 9일부터 15일까지 BGF 보통주 102만1212주를 장내매도 방식으로 모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41억8293만5865원이다.
홍석현 회장의 BGF 지분 매각 규모만 놓고 보면 중앙그룹 전체 유동성 위기 규모에 비춰 크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중앙홀딩스의 성북동 부동산 매각과 함께 보면 중앙그룹과 BGF그룹 사이에 남아 있던 오래된 자산·지분 고리가 위기 국면에서 현금화 대상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BGF는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지주회사다. 현재는 유통그룹 색채가 강하지만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중앙일보와 같은 흐름 안에 있었다.
| ▲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1965년 중앙일보 윤전기를 시찰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오른쪽),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왼쪽), 이건희 선대회장(이병철 회장 뒤), 이재용 사장(가운데). <삼성그룹> |
BGF리테일의 전신은 보광훼미리마트다. 보광은 고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이 1983년 투자해 세운 회사로, 중앙일보와 함께 범삼성가와 연결된 기업으로 분류돼 왔다.
중앙일보와 보광은 1999년 삼성그룹에서 함께 계열분리됐다. 당시 중앙일보와 중앙M&B, 중앙일보 뉴미디어, 보광, 보광훼미리마트, 보광창업투자 등은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을 동일인으로 하는 별도 그룹을 형성했다.
이후 2006년 보광그룹이 중앙일보에서 다시 계열분리되면서 지금의 구도가 만들어졌다.
홍석현 회장은 중앙일보와 중앙그룹 쪽을 맡았고 동생인
홍석조 회장은 보광훼미리마트를 중심으로 한 BGF그룹 경영 전면에 섰다.
보광훼미리마트는 2012년 훼미리마트 간판을 CU로 바꾸고 독자 브랜드 전환에 나섰다. 회사 이름도 BGF리테일로 바꾸며 편의점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BGF리테일의 성장은
홍석현 회장에게도 지분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
홍석현 회장은 2015년 4월 BGF리테일 주식 49만 주, 지분율 1.99%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597억8천만 원을 확보했다.
당시
홍석현 회장이 보유한 BGF리테일 주식은 225만6555주에서 176만6555주로 줄었지만 지분율은 여전히 7.17%에 이르렀다. 법적으로는 각자의 길을 걷던 중앙그룹과 BGF그룹 사이에 지분을 통한 연결고리가 상당 기간 남아 있었던 셈이다.
보광그룹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중앙그룹과 BGF리테일이 함께 등장한 적이 있다.
홍석현 회장과
홍석조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회장이 이끌던 보광그룹은 STS반도체통신 등을 거느리며 반도체 후공정 분야까지 사업을 넓혔지만 2015년 STS반도체통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코아로직 등 일부 계열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등 유동성 위기를 겪었다.
이후 보광그룹 레저 계열 자산 정리 과정에서
홍석현 회장 쪽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홍석조 회장 쪽 BGF리테일이 각각 인수 주체로 나섰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평창 휘닉스파크와 제주 휘닉스아일랜드를 운영하던 보광 레저사업을 인수해 중앙그룹에 편입했고 BGF리테일은 보광이천이 운영하던 휘닉스스프링스CC를 1301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에도 두 회사의 거래는 편의점·미디어라는 본업과 직접 관련이 크지 않은 보광 계열 자산을 형제기업들이 나눠 떠안은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 국면에서 BGF가 다시 등장한 배경을 두 그룹의 오래된 관계 속에서 봐야 하는 이유다.
법적으로는 중앙그룹과 BGF그룹이 오래전 갈라졌지만
홍석현 회장과
홍석조 회장 사이의 지분 관계는 느슨하게 남아 있었다.
홍석현 회장은 BGF 지분 1.07%를 보유하며 BGF 최대주주 측 특별관계자로 이름을 올려왔다.
이번 BGF 지분 전량 매각으로
홍석현 회장은 BGF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BGF는 홍 회장의 특별관계자 지위도 해소됐다고 공시했다.
다만 두 그룹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졌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홍석현 회장은 BGF 지분은 모두 처분했지만 BGF리테일 주식 54만7071주, 지분율 3.17%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이 BGF리테일 주식은 중앙홀딩스를 채무자로 하는 주식담보대출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담보권자인 한국증권금융과의 계약이 남아 있는 만큼
홍석현 회장이 BGF 지분처럼 곧바로 장내에서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홀딩스가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하고 법원의 보전처분을 받은 상황에서 담보권자와 채권단 이해관계가 맞물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보유한 BGF리테일 지분은 두 그룹 사이에 남은 연결고리이면서도 중앙그룹 유동성 위기 속에서 활용 방식이 제한될 수 있는 자산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