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인사이트  외부칼럼

[CINE 레시피] '웨스트 월드' '블랙 미러',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들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6-02-19 13:21:40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CINE 레시피] '웨스트 월드' '블랙 미러',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들
▲ ‘웨스트 월드’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이다. 사진은 웨스트 월드의 포스터. < HBO >
[비즈니스포스트] 테마파크는 동심(童心)을 현실에 구현해 낸 상징물 같은 곳이다. 전 세계 아이들이 디즈니랜드에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책이나 영상에서 보았던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테마파크는 나라마다 지역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요즘은 인기가 시든 것 같지만 조선시대 풍경을 재현해 놓은 민속촌에 관광객이 몰리던 시절도 있었다.

테마파크를 주제로 한 책이나 영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쥬라기 공원’일 것이다. 한 기업체가 호박이라는 광물에서 추출한 유전자로 공룡을 복제한 후 공룡 테마파크를 만드는 사업을 기획한다. 그런데 공룡을 풀어 놓은 공원에 관광객 투어를 시켜주던 중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출발이다.

‘쥬라기 공원’(스티븐 스필버그, 1990)의 원작자 마이클 크라이튼이 ‘쥬라기 공원’ 이전에 테마파크 아이디어로 만든 ‘웨스트 월드’(마이클 크라이튼, 1973)라는 영화가 있다.

국내 비디오 출시명은 ‘이색지대’로 율 브린너가 주연을 맡았다. 소설을 먼저 출간하고 영화화 한 것이 아니라 원작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연출도 맡았다.

이 작품은 미국 HBO에서 2016년 드라마로 리메이크 됐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총 4개의 시즌으로 제작돼 호평 받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2008), ‘인터스텔라’(2014) 등의 각본을 쓴 놀란 감독의 동생 조너선 놀란과 리사 조이가 리메이크 드라마 각본을 맡았다.
 
조너선 놀란 각본답게 ‘웨스트 월드’는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철학적 질문들을 던지는 작품이다. 광활한 공원 안에 조성해 놓은 19세기 중후반의 미국 서부 세계가 주 무대가 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웨스턴 영화 속 거리가 나타나고 술집, 잡화점, 은행 등이 보인다. 보안관, 악당 총잡이, 바텐더, 술집 여종업원, 마을 주민들까지 그곳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은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모른 채 진짜 세계에 살고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웨스트 월드’라는 테마파크는 진짜 인간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갈 수가 있다. 이들은 ‘신규 이민자(new comers)’ 혹은 ‘손님(guests)’로 불린다. 현재 한화 가치로 약 5천만 원 정도의 거액의 입장료를 내고 테마파크에 들어간 고객들은 그 안에서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진짜 세상에서는 할 수 없었던 폭력적이고 음란한 행위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 호스트라고 부르는 안드로이드를 죽일 수도 있다. 당연히 호스트는 손님을 죽일 수 없다. 총에 맞거나 상처를 입은 호스트는 공원 밖 외부 세계의 통제실로 데려와 수리를 해서 다시 테마파크로 돌려보낸다.

웨스트 월드 테마파크는 시나리오 작가와 엔지니어들에 의해 창조되는 가상 세계이므로 시나리오가 수정되거나 배경이 바뀌면 호스트는 다른 배역을 맡게 된다.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이므로 기억을 지우거나 새롭게 심거나 자유자대로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주요 갈등은 잔존하는 과거 기억 때문에 일부 호스트가 오류를 일으키는 데서 촉발된다. 기존 SF에 등장했던 안드로이드에 비해 ‘웨스트 월드’의 호스트는 기억, 의식, 정체성에 대한 훨씬 심오한 질문을 던져 준다. 그와 비례해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우울한 상념을 안겨 주기도 한다.

영국의 유명 드라마 시리즈 ‘블랙 미러’는 미래 사회에 대한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상상력을 펼친 에피소드가 다수 등장한다. 2025년 방영된 에피소드 중 하나인 ‘레버리 호텔’은 ‘웨스트 월드’와는 또 다른 가상 세계를 보여준다.

‘리드림’이라는 회사는 1940년대 고전 흑백영화 ‘레버리 호텔’을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부활 버전을 만들 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배우를 고용해 리메이크 하는 방식이 아니라 과거 영상 안에 현대 배우 한 명만을 투입시켜 찍는다는 것이다.

주인공 역의 남자 배우 섭외는 번번이 거절당하는데 마침 흑인 여성 배우가 강하게 출연 의사를 밝힌다. 대안이 없는 리드림과 제작사는 의사 역의 남자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을 변경한다. 여성 배우의 신경망을 가상 세계에 연결 시켜 그 안으로 들어가게 만든 다음 주조정실에서 그녀만 들을 수 있는 지시를 내린다. 흑백영화 속 인물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와 스스로를 모두 진짜라고 믿고 있다.

원작에 따라 기본 플롯은 짜여 있지만 곳곳에서 돌발 상황이 벌어지고 주조정실의 지시와 여배우의 임기응변으로 촬영은 이어진다. 그런데 시스템이 다운 되는 불의의 사고가 생기자 영화 속 가상 세계는 정지된다.

예전에 코미디 프로그램 중 한 코너로 막장 드라마를 연출하는 내용이 있었다. 실시간 시청률과 반응을 보면서 급하게 인물을 투입시키거나 빼고 인물 관계를 뒤트는 과장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레버리 호텔 부활 버전을 만드는 과정도 그와 유사해서 인물의 감정과 스토리를 수치화 한 그래프 등을 수시로 체크하는 장면이 나온다.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가능하지만 원작에서 너무 벗어나면 극이 멈추게 되는 긴박한 모습이 연출된다. 

‘웨스트 월드’는 쿠팡플레이와 왓챠에서 ‘블랙 미러’는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되고 있다. 미래사회에 대한 상상력을 즐기고 싶거나 반대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본질이 무엇인지 한번 되돌아보고 싶을 때 볼만한 작품들이다. 이현경 영화평론가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최신기사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매각 추진, 투자 재원 확보"
중국 HBM3E 연내 양산에 애플 메모리 공급망 진입, 삼성·SK하이닉스 초호황 '최대..
중국 로봇산업 키우려 '휴머노이드 보조금' 확대, 현대차 테슬라에 부담 가중
미래에셋 품에 안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오세진 점유율 경쟁 넘어 '수익모델 전환' 노린다
"오픈AI 1천억 달러 투자 유치 마무리 단계", 기업가치 8500억 달러로 뛰어
현대건설 '입찰보증금만 2800억' 압구정 재건축 동시 공략, 이한우 80조 도시정비 ..
기후변화가 산불 가능성 세 배 높여, 세계 각국 연초부터 산불 대응에 총력
[CINE 레시피] '웨스트 월드' '블랙 미러', AI가 만들어 낸 가상의 세계들
[컨설팅리포트] PE업계에 투자 확대 훈풍 불어와, C레벨 인재 부른다
SK이노베이션, 3조3천억 규모 베트남 LNG발전 사업자로 뽑혀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