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나는 혁신하며 산다. 내가 하는 일은 혁신이다.”
9월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 고등학생 창업자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혁신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글로벌 창업자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혁신’을 강조하는 저 말을 머리 앞에 써 붙여놓고 항상 되뇌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그룹은 24일 2025년 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또 다시 ‘혁신’을 강조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차세대 성장 원동력으로 전통자산과 디지털자산 융합을 통한 미래 금융 혁신 비전 ‘Mirae Asset 3.0(미래에셋3.0)’을 선포한다”며 “과거의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디지털 기반의 금융 혁신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에셋그룹은 파격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동안 연말 인사를 보면 성과를 중심으로 여성과 젊은 임원들을 과감히 전진배치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23년 말 인사에서는 최현만 전 회장 등
박현주 회장과 함께 미래에셋그룹을 일군 창업공신들이 대다수 물러나며 전문경영인 2기 체제를 본격적으로 열기도 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과거와 같은 파격은 없었지만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컨설팅, 에너지인프라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에 새 대표를 선임하며 변화를 꾀했다.
특히 ‘원년 멤버’로 평가되는 미래에셋캐피탈 이만희 대표가 물러난 점이 눈에 띤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계열사로 평가된다. 이만희 대표는 2년 전 최현만 부회장 등 원년 멤버들이 물러날 때도 자리를 지켰는데 이번 인사에서는 정지광 미래에셋캐피탈 신성장부문대표에게 자리를 내줬다.
이만희 대표가 떠나면서 미래에셋그룹의 원년 멤버들은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모두 물러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시점에서
박현주 회장이 미래 금융혁신 비전으로 ‘미래에셋3.0’을 선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마친 뒤 2017년 신년사에서 야성에 바탕을 둔 ‘제2의 창업’을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시점, 전문경영인 2기 체제를 안착 시킨 단계에서 미래에셋3.0 시대를 이야기한 것이다.
박 회장의 미래에셋3.0 시대의 중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에서도 인공지능(AI)과 디지털을 가장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과 디지털자산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테크앤AI부문을 신기술 전담조직으로 개편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과 웹3 등에 기반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여 박 회장이 가려는 곳은 결국 글로벌 시장으로 여겨진다.
박 회장의 시선은 언제나 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시장을 향했다. 박 회장은 몇 년 전부터 미래에셋그룹의 글로벌사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전략가(GSO)를 맡고 있다. 9월에는 미래에셋증권 책무구조도에도 글로벌전략가로 이름을 올려 해외사업에 대한 책임을 더욱 분명히 했다.
|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1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고객자산 1천조 원 돌파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래에셋그룹> |
미래에셋그룹은 올해 9월 말 운용자산(AUM)이 1천조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906조6천 원에서 20% 가량 늘어나며 명실상부 글로벌 투자전문그룹으로 발돋움했다.
박 회장은 최근 행사에서 10년 뒤 미래에셋그룹의 고객자산을 7천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 회장은 1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진행한 고객자산 1천조 원 돌파 기념행사에서 “지금의 성장속도라면 미래에셋그룹의 고객자산은 10년 뒤 7천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고객 자산 증대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고객자산이 매년 20% 가량 성장하면 가능한 수준인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시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박 회장이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고객자산 7천조 원을 향한 초석을 놨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박 회장은 당시 행사에서도 디지털에 기반한 혁신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뮤추얼펀드로 이름을 날리던 미래에셋1.0, 대우증권 인수 이후인 미래에셋2.0에 이어 가상자산으로 미래에셋3.0시대를 열겠다”며 “지금은 디지털 기반의 금융 혁신을 다시 한 번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