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심려를 끼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과 206만 조합원, 12만 임직원, 1110분의 조합장,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24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불거진 금품수수 의혹에 관한 입장을 묻자 사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날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회장님을 상대로 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그 자체만으로 조직의 안정성 및 신뢰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며 “인사 말씀에 간단한 입장이라도 있을 줄로 생각을 했는데 (없어서 묻는다)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느냐”고 했다.
강 회장은 2024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 농협 계열사와 거래 관계에 있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약 1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6일 강 회장 집무실 등 농협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를 코앞에 두고 중대한 의혹이 제기된만큼 집중포화는 예상됐던 수순이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금품수수 의혹에 관해 질의했다.
그는 강 회장의 공식 입장이 “금전 수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불법적 행위만 없었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임미애 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용역업체 대표가 강 회장 측에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용역업체 대표를 만난 사실이 있는지 직접 물었다.
금품수수 의혹과 연결된 새로운 의혹도 제기됐다.
임 의원은 농협유통이 지난해 10월24일 나라장터에 경비ᐧ미화 관련 입찰을 공고했다가 26일 갑자기 취소한 사실도 문제 삼았다. 입찰 취소 사유대로라면 재공고를 해야 하는데도, 재공고 없이 돈을 건넨 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은 점이 의혹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니 의심받는 것 아니겠냐”며 “경찰이 단순 제보만 듣고 압수수색까지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강 회장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으면서 방어적 태도로 일관했다.
강 회장은 “여러 가지 내부적인 사항은 경찰 수사 중이다 보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원인 규명을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했다.
|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농해수위 국감에서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질타를 받았다. |
이날 강 회장은 '수사 중인 상황'을 이유로 들며, 답변을 피했지만, 그로 인해 국정감사의 분위기는 더 격화됐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유통업체 대표를 만났냐고 물으며 “수사중이라고 답변 안 하시면 국감장을 무시하는 것이다”고 다그쳤다.
전 의원은 용역업체 대표로 추정되는 인물의 녹음을 재생한 데 이어 강 회장이 율곡조합장을 맡았던 2022년 8월에도 2천 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도 공개했다.
이번 금품수수 의혹은 농협 지배구조의 약한 고리와 연계돼 있어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농협은 중앙회에 권력이 집중된 구조다. 그러다 보니 중앙회장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여러 문제가 파생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에 따르면 이번 금품수수 의혹 역시 중앙회장으로 유력한 후보에 금품을 주고 추후 입찰에서 유리한 상황을 노렸다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내부적으로 자초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며 “선거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보은 인사를 명분으로 삼은 것이 의혹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읽힌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중앙회 대표급 인사 22명 가운데 8명이 강 회장의 선거캠프 출신이라며 낙하산 인사 문제를 직격하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심장충격기 납품업자 관련 인사, 농협은행 용산센터 지점장 관련 인사 등 문제까지 꺼냈다.
그러나 쏟아지는 질문에도 강 회장은 “잘 알겠습니다”는 답변만 내놨다.
강 회장은 17년 만에 직선제로 선출된 농협중앙회장이다. 간선제 당시 발생한 문제가 직선제 도입에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을 한 몸에 받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의혹 단계이지만 강 회장을 둘러싼 상황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강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에도 NH투자증권 인사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당시 강 회장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이 농협중앙회와 계열사의 주요 보직에 연달아 임명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1년이 지나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농민신문사로부터의 고액 연봉 수령 문제도 해소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강 회장의 신문사 회장 겸직 문제를 언급하며 지난해 국감에서 언급됐던 문제들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특히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임기 560일 가운데 40일만 출근하고도 4억7천만 원의 급여를 수령한 사실을 들었다. 전해리 기자